hello, stranger

2년 2개월의 항해를 마친 악뮤가 돌아왔다.

찬혁이 입은 더블 재킷은 밀린, 셔츠는 코스, 슈즈는 바나나핏, 네크리스는 베루툼,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수현이 입은 레이스 디테일의 원피스와 슈즈는 모두 프라다, 헤어피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트렌치코트와 팬츠는 모두 블라인드니스, 이너 블랙 톱은 막시제이, 슈즈는 바나나핏, 선글라스는 스틸러.

수현이 입은 러플 디테일의 니트 톱과 스트라이프 롱스커트는 모두 로맨시크, 이어링은 에스 바이 실. 찬혁이 입은 니트는 미쏘니, 이어커프는 포트레이트 리포트.

새 음반 첫 티저가 공개됐다. 어떤 이야기를 듣고 있나. 수현 이제 막 하나의 티저 이미지가 나온 거라 재미있는 추측이 난무한다.(웃음) ‘그래서 날짜는 언제 나오는 거야?’ ‘이때 나오는 거야?’ ‘의미가 뭐야?’ ‘왜 이름은 항해고?’ 물어봄을 엄청 당하는 중이다.

그럼 힌트를 주는 편인가. 찬혁 전혀. 아무한테도 안 알려준다. 수현 나도. 절대 비밀이다. 이런 것이 재미 아닌가.

이번 음반명이 ‘항해’다. 배를 타고 온 찬혁의 히스토리도 중의적으로 담은 걸까? 찬혁 그것도 있다. 실제로 트랙리스트 대부분이 배 안에서 쓴 곡이니까. 할 게 그거밖에 없기도 했고, 처음으로 겪는 시공간 안에서 느끼는 것이 많았다. <항해>는 지난 2년 동안의 내 경험에서 출발했다.

아니, 배 안에서 작곡이 가능한가? 찬혁 기타 없이 작곡한 건 처음이었다. 악기가 아무것도 없으니까 목소리로만 진행했는데 그게 또 되더라고. 주로 시 형식처럼 썼고, 거기에 멜로디가 붙는 건 붙이고 안 붙는 건 그대로 놔뒀다.

배를 작업실처럼 활용한 느낌이다. 찬혁 그런 셈이다. 새로운 환경에 있을 때 자극을 받은 것 같다. 배는 그때 처음 타봤으니까. 수현 뱃멀미 안 했어? 찬혁 엄청 했는데.(웃음) 그래서 누워서 골골 앓으며 쓴 노래가 ‘밤 끝없는 밤’. 가사에도 썼잖아. 자도 자도 끝없이 잠이 온다고.

뱃멀미가 과분하게 예쁜 가사로 나왔다. 수현 나도 지금 알았다. 찬혁 ‘자도 자도 잠이 와요 끝없이. 시끄러운 바깥소리도 내 자장가’ 이런 식으로.

찬혁이 배에서 가져온 곡들을 들려주었을 때 수현이 받은 느낌은 어땠나. 수현 데모 파일을 제대로 전달받을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오빠가 전화를 걸어 곡을 들려주면 그걸 스피커폰으로 받아 다른 휴대폰으로 녹음을 했다. 음질이 정말 말도 안 되게 깨지고 가사도 뭉개져서 잘 들리지도 않는 최악의 상태였다. 겨우 멜로디만 들을 수 있는 정도의 컨디션이었는데, 이 모든 걸 다 뚫고도 노래가 너무 좋았다. 찬혁 녹음 장비 반입이 안 돼서.(웃음) 수현 그래서 ‘빨리 빨리 해라’ ‘휴가 나올 때마다 뭐라도 만들어라’ 하며 계속 채찍질했다. 밖에서 할 수 있는 미션을 주면 내가 해주겠다고 자처하고. 그렇게 랜선 작업을 많이 했다.

기존의 악뮤 음악과는 또 다른 성장이며 시간이 담겼을 것 같다. 찬혁 항상 성숙에 대한 갈망을 해왔는데 이런 고민을 담았다. 그전에 우리가 만들어온 음악에 비해 접근하기 어려울 수는 있지만, 그래서 어느 때보다 노력을 많이 했다. 멜로디적으로 꼬는 거 없이. 듣기에 어렵지 않고 따라 부르기도 쉽게.

고민을 곡에 녹여 표현했다고. 어느 정도 해소됐을까? 찬혁 엄청 됐다. 적어도 지금은 어떤 답에 가까운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둘이 이렇게 떨어진 건 처음이잖나. 각자 다양한 시간과 경험을 했을 텐데. 수현 오빠와 확실하게 분리되고 나니 리셋된 것 같았다. 우리가 함께해온 이 음악성이 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떨어지고 나니 오롯이 맨몸의 나를 보게 된 거다. 생각한 것보다 덜 완성되어 있고 별 게 없는 기분. 아, 이젠 진짜 내 음악적인 자아를 찾아야겠더라. 작사, 작곡의 능력이 뛰어난 오빠를 보며 줄곧 ‘아 저게 아티스트지’라고 생각했다. 나는 오빠에 비해 그 부분이 부족하지만, 나만의 무기와 방법으로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이번 음반이 오빠 이야기에서 출발했지만 거기에 내 생각과 감정을 넣어 부르면 ‘나도 아티스트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이번 음반부터는 내가 느끼기에도 많이 달라졌다. 특히 노래하는 마음가짐과 태도.

대중이 좋아하는 것과 악뮤가 갖고 있는 정체성과 컬러의 접점을 찾았을까? 찬혁 이번에는 전혀 의도 안 했다. 예전에는 그런 고민을 진짜 많이 했지만. 두 정규 음반 랑 <사춘기>를 냈을 때 ‘대중성이 뭘까?’하는 고민이 깊었는데, 오히려 음악을 할수록 모르겠다. 내가,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했는데 많은 사람에게 좋게 들린다면 그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 없을 거다. 딱 이 정도로 생각하고 곡 작업을 한다.

악뮤의 음악에는 공감과 힐링의 키워드가 항상 따라왔다. 찬혁 지금까지 우리도 힐링이란 단어를 줄곧 많이 써왔다. 어쩌면 이것도 되게 피곤한 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모두가 힐링받고 싶어 하니까. 그래서 더 필요한 것도 맞지만, 우리는 좀 더 구체화하고 싶어졌다. ‘힐링 그게 뭔데’라고 했을 때 가령 어떤 죽어 있는 감정을 살린다거나 기억을 살려줄 수도 있고. 메마른 것을 적셔줄 수 있는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어졌다.

가족끼리 일을 같이하는 건 쉬운 게 아니다. 그만큼 잘 맞는다는 걸 텐데, 둘이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인가. 수현 오빠는 음악에 대한 답답함을 음악으로 푸는 성격이다. 뭔가 한 장르에서 장애물을 만나거나 지쳐 있을 때쯤 다른 장르의 작업을 하면 그게 해소가 된다고. 나 같은 경우는 음악 자체를 안 들어버리거든. 휴대폰을 멀리 던져버리는데, 그런 오빠를 볼 때마다 늘 신기하다. 찬혁 오히려 이제는 잘 부딪치지 않는다. 부딪칠 만한 걸 서로 너무 잘 아니까.(웃음) 누군가 우스갯소리로 부부의 과정 아니냐 하는데 다름을 인정하게 되었다. 근데 어떤 관계든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관계를 오랫동안 가지려면 이런 과정은 항상 있는 거 같다. 존중이 가장 중요하고. 그건 아무리 남매라도.

이제는 수현도 20대가 되었고, 둘의 20대 버킷리스트가 있다면? 수현 연애를 하고 싶다. 내가 까다로운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연애를 진짜 못해서.(웃음) 어떻게 보면 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겪는 거고, 그 안에서 나도 성장할 테니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노래하는 데도 그렇고.

이성을 볼 때 제일 중요하게 보는 건 무엇인가. 수현 얼굴. 찬혁 오 마이 갓. 수현 왜 난 솔직해. 찬혁 왜인지 모르게 본격적인 건 30대부터 시작될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그래서 그때가 오기 전에 지금은 많이 배워놓고 싶다. 수현 우리 둘 다 경험치 올리기.

음악적인 파트너 말고 어떤 걸 또 잘해볼 수 있을까? 수현 근래 같이 여행 가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많이 접할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찬혁 단둘이 간 적이 없기도 하고, 그간 떨어져 있는 동안 이야기도 많이 못했고. ‘앞으로 어떻게 살자’ 뭐 이런 딥 토크라든지…. 꼭 그게 아니어도 환기가 되지 않을까?

둘이 사업이라든지 다른 건…. 수현 안 된다. 그건 절대 안 될 것 같다. 찬혁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우린 음악부터.(웃음)

더 많은 화보는 나일론 10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ditor park ji hyun
photographer o a rang
stylist juhee c
makeup kim soo jin(aluu)
hair jung mi young(aluu)
assistant lee jeong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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