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스 중의 이센스

숙제를 마친 이센스는 요즘 기분이 좋다.

티셔츠는 벨보이, 비니는 비즈빔.

패턴 셔츠는 아워레가시 by 비이커, 티셔츠는 벨보이.

코듀로이 셔츠, 스트라이프 티셔츠는 모두 브릭스턴 by 웍스아웃, 볼 캡은 스투시.

코치 재킷, 트레이닝 팬츠는 모두 아이디어엔드 by 에이트디비젼, 티셔츠는 벨보이, 스니커즈는 뉴발란스, 비니는 비즈빔.

핑크색 티셔츠는 라네우스 by 에이트디비젼, 배기한 데님 팬츠는 오디너리 핏츠 by 에이트디비젼, 로퍼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과 팬츠는 모두 엔지니어드 가먼츠 by 스컬프, 티셔츠는 벨보이, 버킷햇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오늘 촬영 때 입은 옷들 중에 어떤 게 가장 마음에 들었나. 코듀로이 소재로 된 재킷이랑 팬츠. 그게 가장 편하더라.

평소 패션을 보니 편안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것 같더라. 그 핏 되게 펑퍼짐하게 크고…. 난 이런 게 좋다. 이렇게 촬영이 있는 날에는 안 입던 옷을 입기는 하는데, 내가 마음먹고 사본 적은 없다. 촌놈이라 시도를 잘 못하는 타입이다. 뭐 누가 주면 입고.

쇼핑에 취미가 없나 보다. 그랬는데 요즘은 좀 한다. 아무래도 이제 세상에 나왔다는 기분이 들다 보니 나다니고 싶어서.

지난 인터뷰를 찾아보니 XXX의 김심야와 곡 작업을 하다가 즉흥적으로 쇼핑을 했다고 들었다. 그 호기로움 치고는 막상 새 옷의 폴리백 비닐은 뜯지도 않았다고. 집과 작업실만 반복하다 보니 그런 지하실 무드의 곡만 나오는 거 같더라. ‘에라, 기분 좀 내자’ 하고 둘이 뛰쳐나가서 발렌시아가 옷을 하나 사왔다. 그때 그 브랜드가 유행이었다. ‘그XX아들같이’의 첫 벌스 ‘새 옷 꺼내 입어 다시 살라고’가 그렇게 나온 거다. 그 폴리백은 1년 지나 이번 여름에 뜯어 입었다. 요즘은 약간 신이 난 상태라 새 옷도 막 사 입고, 셀카도 막 찍고.

이전에 쉽게 볼 수 없던 이센스가 이번 음반을 발표하곤 활발하게 움직이는 느낌이다. 나도 이런 거 저런 거 하고 싶었다. 특히 공연은 내 돈벌이기도 한데 3년 전 노래로 서고 싶지는 않더라고. 그동안 많은걸 미뤄왔다. 근데 이제 음반이 나왔으니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을까? 것보다는 내가 말이 길어서인 거 같은데.(웃음) 작업 기간 동안 가지고 있던 생각은 별거 없다. ‘돈 많이 벌고 잘 살자’. 사실 이거다.

다큐 <i’m good>을 통해 솔직한 감정과 이야기가 많이 노출됐다. 무대에 오르기 전 ‘혹시 관객이 야유를 던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이라든지 작업실에서 불안해하는 고백 등이 날것으로 담겼잖나. 왠지 모르게 이센스는 그렇지 않을 것 같았다. 이전엔 나 스스로 부담이라는 것을 되뇌지 않으려 했다. 말로 꺼낸 적도 없다. 그러면 내가 그 부담을 인정해버리는 것 같았다. 근데 지금에 와선 알 것 같다. 숙제와 같던 음반을 낸 후 출소하고 음반이 나오기 전까지의 내 심리를 돌아보니 부담감은 물론 스트레스, 압박감 이런 것들로 가득하더라. 그때는 이게 기본 값인 줄 알았다.

사실 첫 정규 <The Anecdote>가 너무 잘됐다. 신에서 명반으로 꼽히는 음반이기도 하고. 그 후 다음 음반을 발표하겠다고 공표한 날짜가 연거푸 연기됐다. 초조함과 압박감이 없었을 리 없다. 그걸 넘기는 방법이 있었나. 나는 음악을 하고 그걸 가지고 무대에 서는 사람인데, 근본적인 걸 해결하지 못하고 내 안에서만 끙끙대며 끌어안고 있는 것이 문제였다. 머리 식히려 축구하러 가거나 맛있는 걸 먹거나 뭐 이건 일시적인 해소인 거지 해결은 아니잖나. ‘다들 좋아하려나’ ‘또 똑같은 이야기한다고 하려나’…. 그럼 답이 없는 거지. 차라리 내놓고 욕먹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앞으로 음반을 낼 때 그 텀을 길게 두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젠 언제쯤 음반이 나올 거라는 발언은 안 할 것 같다. 절대. 아, 진짜 절대 절대.

그것처럼 이번에 작업하면서 또 깨달은 것이 있다면. 궁극적으로 나 참 긍정적이구나. ‘나는 왜 이렇게 고민을 많이 할까?’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근데 돌이켜보니 결국엔 잘하려고 그런 거더라고. 그래서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이랄까. 민호야, 수고했다.

사람들의 피드백을 신경 쓰는 편인가. 전에 발표한 음반 의 전체적인 바이브가 어둡다 보니 ‘이센스는 뭐 어떻다’ ‘염세적이다’ ‘무겁다’와 같은 피드백이 많았다. 그걸 부정하면서도 어느 날 기분이 안 좋으면 ‘나 진짜 그런가?’ 의심했거든. 근데 생각해봐라. 염세적이면 음반을 왜 내나. 그런 의미에서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잘하고 싶어 기를 쓴 거 같다. 그게 노력이라면 노력.

정규 음반에 타이틀을 하나로 묶어야 하잖나. 그럼 고민이 많이 될 거 같다. 출소하기 전에 하고 싶은 건 ‘손님’이었고 나와서 석 달 정도 지나 ‘이방인’이라는 제목이 정해졌다. 애초 제목 자체에는 큰 의미를 안 뒀다. 근데 이런 얘긴 한 적 있다. “야 음반 이름 좀 바꾸자. ‘이방인’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너무 외롭고 뭔가 좀 겉도는 거 같지 않냐” 하고. 농담으로 ‘축제’로 바꾸자고 했다.(웃음)

그럼에도 ‘이방인’으로 발표한 데는? 와꾸가 맞더라고.

본인 스스로 괜찮은 손님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지금은 이방인보다는 손님에 더 가까워졌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지난 2년간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사람들을 좀 적게 만나고 다녔다. 근데 이제 일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마주치는 사람이 늘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도 많고. 그 만남의 횟수가 늘고 열심히 일도 해나가면 글쎄, 손님에 가까운 기운으로 바뀌지 않을까?

모두가 그렇겠지만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가 보다. 감옥 안에 있을 때 그걸 더 느꼈다. 내 주변엔 늘 사람이 많았고 외로운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인간관계가 참 중요하더라. 물론 밸런스는 필요하다. 너무 많은 것도, 또 너무 고립되는 것도 아닌…. 그게 계량해서 되는 건 아니니까 어렵지 뭐.

음반을 발표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예상한 대로 잘 가고 있나. 걱정한 것보다는 반응이 훨씬 좋고, 기대한 것보다는 안 되는 거 같다.

걱정을 했나. 완전 망할 줄 알았다. 사실 네거티브로 빠지면 한도 없으니까. 근데 걱정한 것보단 훨씬 잘됐다. 아무튼 발표하고 3일은 기분이 엄청 좋았다. “예약 판매 다 나갔다며? 와, 장난 아니다. 죽이네.” 근데 한 일주일 지나다 보니 이보다 더 위가 있는 것 같고, 좋은 결과를 내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고. 딱 이럴 때 빨리 다음 거 하고 싶다.

전 음반에서 ‘Tick Tock ’ 한 곡만이 피처링이 붙었다. 김심야였다. 이번 음반에서도 ‘ Clock ’과 ‘Radar ’ 두 곡을 김심야와 함께했다. 걔는 작업실에 가면 늘 있다. 옆에서 각자 작업을 하다 ‘야 너 이 곡 훅 해줘라’ 하면 ‘한번 해볼게요 형’ 하고 툭 해주는 식이다. 철저한 계획 같은 건 없었다. 두 곡이나 들어간 상황은 한창 작업하다 옆을 보니 심야가 있고, 그래서 시켰는데 개 잘하니까.

녹음본 들었을 때 ‘아 역시!’라는 생각이 바로 오나. 그렇지. ‘어우 좋다.’ 끝.

오랜 시간이 소요된 음반이니만큼 장점도 있는 것 같다. 시기별로 다양한 스토리와 감정이 한데 모인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최근의 현재와 가장 닿아 있는 건 ‘Bottons’. 그 훅이 내 심정을 대변한다. ‘I’m not going back~’ 고생한 것에서 얻은 것도 있고, 추억도 되었겠지만 돌아가지는 않겠다. 지금이 좋다. 이 정도만 되어도 만족하고, 더 위면 생큐고. 나머지 곡은 기록에 가깝다.

글을 쓰는 것과 읽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좋나. 난 랩을 할때도 말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종이에는 그걸 옮기는 것뿐이다. 재미있는 걸로는 읽는 게 더 재밌지. 쓰는 건 좀 고통스러울 때도 있고.

해오던 것 말고 해보고 싶은 것이 있을까? 랩은 오랫동안 해서 사실 이것만 붙잡고 있기엔 난 좀 심심하다. 랩은 마스터했으니까 하산한다는 뜻은 아니고.(웃음) 글쎄, 다른 데도 관심을 둬야 인생이 더 살찔 것 같아서.

말도 참 잘하는 것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도 잘 맞을 것 같은데. 그건 쓱 껴서 놀고 싶은 정도지 내가 이끌 자신까지는 없다. 스탠드업 코미디는 해보고 싶더라. 1회 차의 이야기는 나올거다. 사실 뭐든 할 수 있지. 뭘 해도 되고.

이야기하는 내내 긍정의 오라가 깔려 있는 느낌이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거든. 근데 좀 꼬여 가지고. 그거 때문에 나 자신도 그 어두운 시기에 빠져 있었다.

다시 나라고 생각하는 나로 돌아온 느낌을 받았나 보다. 그런 거 같다. 요즘 확실히 좋다.

더 많은 화보와 인터뷰는 나일론 9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ditor park ji hyun
photographer song si young
stylist park tae il
makeup kim min ji
assistant lee jeong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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