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살기의 실체 -2-

유행처럼 번지는 ‘한 달 살기’. 과연 그들은 무엇을, 어떻게 얻었을까?

소망
영상 크리에이터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것 도시를 이동할 때마다 소매치기에 대한 걱정으로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그러다 보니 이동하는 기차 안에서 미리 그 도시의 소매치기 수법을 검색하며 열심히 공부했다.(웃음) 지내는 동안 좋아했던 것 발리의 짱구 비치에서 ‘선셋 타임’이 되면 밀짚모자를 쓴 아저씨가 나와, 코코넛 숯에 옥수수를 구워 판다. 저녁노을 보며 먹는 옥수수 맛은 말해 뭣하랴. 덕분에 발리에서 살이 꽤나 올랐다. 예상과 가장 달랐던 점 유럽이라면 어디든 한국보다 물가가 비쌀 거라고 생각했는데, 외식이나 쇼핑을 제외하고 마트에서 장을 보면 체감 물가가 낮았다. 특히 고기나 유제품이 싸서 그저 행복했다. 무엇을 얻었나 여권, 카드, 휴대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든 떠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도 많이 없어졌다. 누군가 한 달 살기를 하러 간다면 해주고 싶은 말 꼭 사진 또는 영상으로 기록을 남기라는 것. 아직 여행에서 돌아온 지 몇 달 되지도 않았는데, 그 순간이 꿈만 같고 아득하다. 그럴 때마다 영상을 보면 ‘진짜 내가 여기 있었구나’ 하게 된다.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y/n Yes. 나는 몇 박의 짧은 여행에도 설레는데, 한 달 살기는 한 달 내내 그런 기분으로 잠들고 깨는 행복한 일상이었다.

정은영
프리랜스 뷰티 에디터

한 달 살기를 마음먹은 계기 고백하건대, 제주도는 내게 ‘만만한 도피처’ 같은 곳이었다. 날짜만 잘 맞추면 3만원 남짓으로 저렴한 비행기 티켓과 이미 수차례 다녀온 제주가 주는 친근함 때문일 터. 그 당시 나는 ‘마침’ 퇴사를 했고, ‘마침’ 통장에 돈이 좀 있었고, ‘마침’ 용기를 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멋진 광경은 사진보다 눈으로 담자는 주의였다. 그러던 내가, 그날그날을 소리로 기억한 것. 아침에 일어나면 발가락 사이사이에 내리쬐던 그날의 햇살, 창문 틈으로 들리는 대나무 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던 소리, 마음대로 휘몰아치는 애월 바다의 파도 소리, 천천히 흐르던 제주도의 하얀 구름…. 그 순간순간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지금도 제주가 그리운 날은 가만히 눈을 감고, 동영상을 재생하며 그날을 추억해본다. 예상과 가장 달랐던 점 제주에서 낭만적인 한 달 살기를 하는 데 꽤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것. 나 같은 즉흥적인 낭만파라면 서울살이보다 더 많은 생활비를 탕진할 각오를 해야 한다. 보관이 가능하다면 미리 공항 내 현금 인출기에서 현금을 넉넉히 뽑아 가는 것도 추천한다. 실제로 협재 숙소 근처에서 현금을 찾기 위해 ‘가장 가까운 은행’을 검색했을 때 차로 1시간이 넘는 거리였고, 제주의 편의점에는 현금 인출기가 많지 않았다. 누군가 한 달 살기를 하러 간다면 해주고 싶은 말 일생에서 한 달 정도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도시에서 느긋한 일상을 만끽하는 것도 삶에 변화를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기억의 끝이 행복했든, 그렇지 않든. 갖고 있던 고민이 여행 후에 해결되지 않더라도 순간의 안일함을 만끽하는 여행이 되길 응원한다. 기회가 된다면 일회용 필름 카메라로 발길 닫는 대로, 눈에 보이는 대로 셔터를 눌러볼 것. 만약 당신이 여성이라면, 그대의 감성에 꼭 맞는 여성 전용 1인 게스트 하우스에 묵는 것도 추천한다.

신아로미
유튜버

한 달 살기를 마음먹은 계기 장기 배낭여행으로 몰디브에 머무는 중이었는데, 살짝 지친 상태였다. 그러던 중 가까운 방콕이 한 달을 살아보는 데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덜컥 움직이게 되었다. 사실 방콕은 예전 여행에서 진저리를 내며 떠난 도시인데, 한 달을 살아보니 좋아서 두 달을 연장해 살았다.(웃음)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것 편의점에서 불닭볶음면을 먹었다.(웃음) 그리고 그다음 날은 떡볶이를 먹었다. 스트레스 받을 때는 매운맛이 최고거든. 그곳에서 맛보는 K-푸드의 맛이란…. 지내는 동안 좋아했던 것 ‘야시장’. 방콕 하면 야시장 아닌가? 숙소를 시내에서 너무 멀리 잡은 탓에 우연히 현지인만 찾는다는 야시장에 가게 됐다. 돼지고기 꼬치와 음료수를 사먹고 걸어 다닌 시간이 최고였다. 그리고 숙소 앞에 있던 길거리 쏨땀집은 2인분을 포장해 와도 가격이 3천원 정도라 마구 사먹었다무엇을 얻었나 그때의 나는 현지인과 여행객 사이에서 자유로운 시간을 즐겼다. 시간이 너무 많아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고, 생각을 정리하기에 제격이었다. 앞으로의 인생을 잘 꾸릴 힘을 얻었다. 누군가 한 달 살기를 하러 간다면 해주고 싶은 말 인생에서 딱 한 달 동안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것만 신경 쓰고 살아보는 느낌은 살면서 한 번쯤 해볼 만하다.

김해선
작가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것 내가 사랑하는 화가 에곤 실레를 만나러 ‘에곤 실레 아트센터’부터 찾았다. 그의 외갓집이 체스키크룸로프였고, 이곳에서 살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오길 잘했다 싶더라. 지내는 동안 좋아했던 것 체스키크룸로프 광장 뒤에는 나무 장작이 쌓여 있는 식당이 있다(이름은 잊어버렸다). 캄캄한 동굴 식당으로 15세기에 만든 화덕에서 장작불로 고기를 굽는다. 그곳에서 마시는 흑맥주 한 잔과 고기 맛을 결코 잊을 수 없다. 예상과 가장 달랐던 점 생각보다 깨끗하고 친절한 곳이라는 것. 마을을 돌아 흘러가는 강물도 일급수일 만큼 깨끗하고 상가나 레스토랑도 그 흔한 바가지요금이 없다. 그리고 그들의 ‘워라밸’은 철저히 지켜지고 있었다.(웃음) 그래도 그렇지. 아무리 해가 빨리 지는 겨울이라도 슈퍼마켓이 오후 5시 20분에 닫는 건 심했다. 무엇을 얻었나 한 달 살기 목표는 글쓰기에 집중하는 거였다. 40일간 규칙적인 생활을 했고, 그렇게 <에곤 실레를 사랑한다면, 한번쯤 체스키크룸로프>를 낼 수 있다. 누군가 한 달 살기를 하러 간다면 해주고 싶은 말 아무리 휴식 같은 시간이어도 뚜렷한 목적과 규칙적인 생활은 필요하다.

더 자세한 인터뷰는 나일론 3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ditor park ji hyun
assistant editor lee jeong min

 

 

ⒸNYLON MAGAZINE KOREA 의 사전동의 없이 본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Written By
More from NYL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