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할 소녀

1초에 무려 90번의 날갯짓을 하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 벌새. 영화 <벌새>는 주연을 맡은 배우 박지후의 작지만 강력한 첫 날갯짓이다.

재킷은 로우클래식, 셔츠는 렉토, 이너 톱은 막스마라, 슈즈는 자라, 타이로 쓴 스카프와 니삭스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코트와 원피스는 모두 잉크, 슈즈는 컨버스, 얼굴에 두른 스카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점퍼는 던스트, 안경은 뮤지크.

촬영을 한 오늘로서 <벌새>가 영화제 25관왕을 달성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해외에서 먼저 큰 호평을 받고 이제야 정식으로 국내 개봉 일자가 정해졌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영화 예고편이 뜨더라.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야 나 너 봤어. 되게 멋진 아이였구나!”와 같은 말들을 해준다.(웃음) 영화 속 은희와는 달리 난 되게 밝은 편이라 친구들이 신기하게 느끼나 보다.

그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볼까? 친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살짝 겁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른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새로울 것 같다. 또래 입장과 시선에서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또 은희를 어떻게 공감할지도 궁금하고.

뭐든 앞에 ‘첫’이 붙으면 특별해진다. 첫 주연, 첫 영화제 참석, 첫 기립이라든지. 이런 건 오래도록 기억되잖나. 앞으로 수많은 기회가 올 텐데 어떤 역할이 좀 욕심날까. 맡았던 역할은 사연이 있는 캐릭터가 주였다. 근데 실제의 나는 반에서 분위기 메이커로 꼽히는 밝은 학생이거든. 내 말투, 목소리를 그대로 살려 ‘인싸’ 학생 역을 해보고 싶다.

영화는 1994년을 배경으로 한다. 2003년생으로서 그 연도는 어떤 숫자였을까? ‘복고’의 이미지가 강했다. 영화 <써니>가 떠오르면서.(웃음) 대본에 ‘삐삐’라든지 ‘아베크 노래방’ ‘트램펄린’과 같은 지문이 적혀 있는 걸 보고 ‘아, 당시엔 이런 장소에 많이 갔구나’ 싶었다. 직접 겪어보지 않은 경험이니만큼 상상을 많이 했다.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선 크게 어색하지는 않았다.

극 후반 은희가 스스로의 감정이 잘 정리되지 않을 때 주체하지 못하고 집 거실에서 홀로 방방 뛰는 신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나이를 먹어가며 표현에 능숙해지는것은 아니지만 더 서툴렀던 그 나이대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까. 대본의 지문에는 ‘은희가 오징어춤을 춘다’라고 짧게 한 줄 적혀 있었다. 아니, 오징어춤이 뭐지? 바로 전 신에서 남자친구를 차고, 좋아하는 선생님도 떠나가고 여러모로 감정 상태가 복잡했다. 모르겠더라. 그래서 그 답답한 감정을 담아 몸부림친 것 같다. 세 번 만에 오케이가 났다. 이상하게 후련하더라.

은희가 아닌 박지후는 화가 나거나 기분 좋을 때면 어떻게 하나. 나 같은 경우는 뭐든 솔직하게 표현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이나 옷을 사주면 애교가 자동으로 나오고 세상 상냥해진다. 반대로 기분이 상하면 티 안 냈다고 생각하는데, 바로 얼굴에 드러나는 모양이다. 그럴 때면 “아냐. 아무것도 아니야” 하고 방 안에 들어가서 다이어리를 적거나 음악을 듣고 한숨 잔다. 대개 그런 식으로 푼다.

디지털 시대잖나. 페이스북이라든지 인스타가 아닌 다이어리를 쓰나 보다. 공개적으로 올리기에는 나중에 흑역사가 될 수도 있으니까.(웃음) 그날의 감정과 기분을 내가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 쓰기 시작했다. 짧게 한 줄씩이라도. 예를 들어 부모님과 다퉜거나 친구한테 서운한 일이 있거나 할 때 페이지에 풀어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풀린다. 다시 읽어보면 ‘상대방 입장도 고려해볼걸’ 하는 반성과 성찰할 수 있는 기회도 되고.

영화 속 은희는 호기심 많고 그걸 풀기 위해 실제로 행하는 소녀다. 박지후에게 근래 가장 큰 호기심은 무엇이었나. 뭐니 뭐니 해도 덕질. 좋아하는 아이돌과 배우를 트위터에서 검색하고, 사진을 모으고, 그들이 했던 인터뷰를 찾아보고…. 좋다고 생각되는 말은 다이어리에 옮겨 쓰고 다시 또 펼쳐 본다. 은희가 호기심이 많았던 것처럼 나도 그 대상한테 호기심을 가지고 계속 파고드는 것 같다.

덕질의 대상은 누구인가? 배우 한지민을 롤모델처럼 좋아한다. 그리고 래퍼 우원재.

그건 좀 의외다. 다들 그렇게 이야기한다. 얌전하기만 할 것 같은 내 이미지 때문인가 보다. 영화 <벌새> 촬영 당시에 그를 TV에서 처음 접했다. <쇼미더머니 6>에서였는데, 비니를 푹 눌러쓰고 감정을 꾹꾹 담아 랩 하는 걸 보니 몰입도 되고 멋있더라. 진실된 가사도 좋다. 얼마 전에는 서점에서 그가 나온 잡지 <나일론>도 사고 공연도 다녀왔다. 휴대폰 저장 용량이 부족해도 그때 공연 사진은 차마 못 지우고, 오히려 내 사진은 과감하게 지운다.(웃음)

학교에서의 박지후와 배우로서의 스케줄을 해내는 둘의 구분이 있는 편인가. 아무래도 그렇다. 학교에선 대구 사투리를 쓰며 쉬는 시간에 복도를 뛰어다니기 바쁜데, 서울에 올라오면 표준어로 인사를 하고 음, 보다 얌전해지는 것 같은데…. 왜인진 모르겠지만.

아우터는 스튜디오 톰보이, 셔츠 원피스는 로우클래식, 슈즈는 닥터마틴, 삭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더 많은 화보와 인터뷰는 나일론 9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ditor park ji hyun
photographer o a rang
stylist park sun yong
makeup you hye soo
hair im an na
assistant lee jeong min

ⒸNYLON MAGAZINE KOREA 의 사전동의 없이 본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Written By
More from NYLON

october issue out now!

나일론 10월호 발간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