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플라의 맛

두 번째 정규 음반에는 31가지보다 다양한 나플라 본연의 맛이 담겼다.

시퀸 장식된 베스트는 티슈클럽밴드, 크롭트 재킷과 스트레이트 핏 팬츠, 퍼플 컬러 하프넥 티셔츠와 액세서리는 모두 엠부쉬, 슈즈는 1774 컬렉션 by 버켄스탁.

자카드 소재의 퍼프 소매 셔츠와 롱 슬랙스 팬츠는 모두 오디너리피플, 슈즈는 1774 컬렉션 by 버켄스탁.

<쇼미더머니 777> 우승 직후 만났을 때를 기억한다. 루피와 함께 진행한 촬영과 인터뷰에서, 어떤 것에는 눈을 반짝이고 어떤 것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더라. 오늘은 ‘나 이런 거 좋아해’라고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서 짐짓 놀랐다. 아, 그랬나. 아마 당시의 나한테 어울리는 게 그것이라 생각해서 그런 행동이 나왔을 거다. 이전에 나눈 인터뷰를 보면 좀 더 나를 가리려고 했다. 많은 걸 보여주면 나를 빼앗기는 기분이 들어서. 포지션이 위축되는 느낌도 있었다. 그래서 베일을 벗지 않고, 답할 것만 답했는데 내가 생각해도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상대가 내게 관심과 노력을 보여주면 나도 열정을 갖고 응대한다. 그런 사람들과 만나 같이 재미있는 걸 하고 싶어졌다. 그 사이에 마음이 많이 열린 모양이다.
그게 고민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아티스트에게는 신비주의가 필요하기도 하니까. 신비주의가 없는 것이 요즘 트렌드 아닌가. 인간미. 예전엔 연예인이면 뭐든 감춰야 하고 그만큼 우러러보는 대상이었거든. 근데 지금은 오히려 그들을 동등하게 두고 편하게 농담하면서 친근해져야 하는 것 같더라. 허당 같은 구석도 보여주고 좀 더 솔직하게. 트렌드가 그렇다면 맞춰야지.(웃음)
그걸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나 보다. 물론 불편할 때도 있다. 가끔 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으니까. 근데 ‘이젠 그렇게 안 하면 못 살아남는 바닥이겠구나’를 인정하게 된 거지.
유튜브 채널 ‘메킷원 ’에서의 모습이 충분히 인간적으로 다가오더라. ‘아니, 우리가 알던 나플라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이제는 확실히 방송에서 유튜브라는 플랫폼으로 시대가 옮겨갔다. 그것에 적응하려는 것도 있었고. 나 같은 경우 <쇼미더머니 777>을 통해 먼저 인간적인 면을 보여줄 수 있어 좀 더 쉽게 풀어갈 수 있었다. 만약 그런 단계 없이 베일에 가려진 채 갑자기 유튜브 채널에 등장해서 이모저모를 했다면? 너무 애쓰는 것 같아 보였겠지.
두 번째 정규 음반 <u n u>를 내기에 앞서 ‘Part 1’과 ‘Part 2’를 순차적으로 발표했는데, 각각 1과 2로 나눈 기준이 있었나? 이것도 주위에서 많이 물어봤다. 왜 굳이 2개로 나눴느냐고. 처음에는 음반, 하나로 내려고 했다. 근데 수록곡들이 묻힐 것 같더라. 똑같이 열심히 작업한 8곡인데…. ‘그래, 그럴 바에는 반씩 나눠서 발표하자’ 한 거다. 내고 보니 약간 <반지의 제왕1> <반지의 제왕2> 같은 느낌이 되어버렸지만.(웃음) 통합된 정규 음반이 딜럭스판이 된 셈이지. 따로 봐도 무방하고 근데 둘은 연결되니까 틀린 말도 아니다.
아무래도 정규 음반이다 보니 수록된 곡 수가 상당하다. 언제 이렇게 작업했을까 싶을 정도로. 그때그때 작업한 게 반, 킵해둔 곡이 반이다. ‘구찌 걸(gucci girl)’은 <쇼미더머니 777> 파이널 무대를 준비할 때 스윙스 형, 기리보이 형과 함께하려고 했는데, 지코와 하려던 곡과 풍이 너무 비슷한 거다. ‘그럼 이번엔 보류하자’는 판단하에 대신 ‘픽업맨’을 냈다. 근데 나는 이 곡이 마음에 들어 좀 더 좋은 때에 쓰자는 생각으로 빼놓은 거고. 음반 를 준비하다가 나온 ‘멀로(merlot)’ 같은 경우도 그때 쓰려다가 ‘아니다. 그냥 나 혼자 써야지’ 하고 묵혀둔 것.(웃음) 근데 난 아직도 이런 곡이 많다. 항상 흐름을 보는 중이다.
같이 묶였을 때 가장 좋은 시기를 보는 것이 많다는 말인가. 그렇다. 내가 당시 느낀 감정선, 그러니까 그걸 담아낸 곡끼리 잘 묶으려 하니까. 이번 음반의 가장 큰 키워드를 외로움으로 잡았더라. 왜 하필 외로움의 정서였을까?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 역시 혼자 지치고 힘든 시기가 있었다. 지금도 가끔 불안할 때가 있다. 이제는 잃을 게 있다 보니 겁도 나고, 뭔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에 갇히고는 한다. 그런 데서 오는 슬픔이랄까? 근데 그 슬픔이 ‘나 슬프니까 음악 못하겠어’ ‘나 슬럼프야’ 하는 게 아니고, 이것도 하나의 감정이라는 걸 인정하고 담아보고자 했다. 나라고 꼭 LA 붐뱁만 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웃음)
음반을 정주행하는데 모든 곡에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떻게 보면 외로움도 사랑에서 시작되는 거고, 성공도 실패도 그리고 성취 역시 사랑의 한 종류일 수 있으니까. 사랑이라는 주제가 한국에서는 굉장히 강력하다. 친구들과 술을 마셔도,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나면 “연애 해?”라는 문답이 나오기 마련이다. 어떤 장르의 드라마든 사랑의 코드가 있고, 모두가 사랑을 노래한다. 그러다 보니 사랑을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다. 연애를 안 하고 있으면 이상한 사람이 된 것만 같고. 거기서 생각했다. 사랑이라는 키워드가 이만큼 대중적이고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거겠구나. 지쳐 있고 외롭기 짝이 없는 지금의 내 감정을 다양한 사랑으로 비유하고 표현해보자고. 사랑이라는 주제를 다룬 만큼 이번 음반은 지금까지 내가 낸 것 중 가장 대중적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애초에 그걸 생각하고 만든 거기도 하다. 이전에 ‘아, 나 너무 대중적이야’ ‘이건 힙합 아니야’ 하면서 부끄러워 숨겼던 내 멜로디와 색깔을 그냥 보여주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노래도 불러보고, 가사나 멜로디 라인이 다소 촌스러워도 그게 나라고 믿고 그대로 갔다.

민소매 로고 티셔츠는 캘빈클라인 진.

레드와 그린 컬러가 배색된 라이더 재킷과 팬츠는 모두 엠부쉬, 그린 컬러 디테일이 있는 슈즈는 아식스 스포츠스타일.

‘태워(burn)’ ‘러브미(love me)’에서는 나플라가 랩이 아닌 노래를 하더라. 무척 새로웠다. 지금쯤 나에게 새로운 걸 원할 것 같았다. ‘러브미’는 내가 보컬적으로 알앤비 장르를 처음 시도한 곡이었다. 그래서 엄청 떨렸지 뭐. 사실 미국에서 1년 전에 녹음하고 넣어뒀다. 이후에 후디 누나의 피처링을 받고 ‘아 이건 진짜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너무 아끼면 똥 될 거 같고 ‘지금쯤 내도 좋겠다’ 싶어서 냈다.
떨림이 느껴지던데….(웃음) 인정한다. 나는 감정을 전달하는 데에서 그런 완벽하지 않는 것이 더 와닿는다고 느낀다. 왜 이런 게 좀 더 자연스럽지 않나.
이번 음반의 크레딧을 보니 새롭게 같이한 이들이 많더라. 계속 함께해온 파트너들은 ‘아 하면 어’ 할 거고, 새로운 얼굴들과는 또 다른 장점이 있었을 텐데 이번엔 어떻게 팀을 구성했나. 그 ‘아 하면 어’ 하는 게 잘 안 돼서 바꿔봤다.(웃음) 아직까지 작업하면서 그렇게 맞아떨어진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그래서 지금도 이것저것 계속해보는 중이다. 지미 아이오빈이랑 닥터 드레처럼 뭔가 ‘탁!’ 하는 파트너를 못 만났다.
나플라와 작업하게 된다면 ‘이게 가장 중요하다’ 하는 영순위는 뭘까? 열정인가. 무조건. 다른 건 안 바란다. ‘나 이런 아이디어도 있어. 이건 어때?’ 하면서 티키타카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그게 열정이잖나. 그걸 확인하는 순간 리스펙트가 된다. 뭐든 같이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근데 그게 식은 게 캐치되면 나도 막 바로 차가워진다.
많은 대중이 나플라 하면 ‘wu’부터 떠올릴 거다. 그만큼 나플라를 대표하는 곡인데, 이번 음반을 두고 누군가는 ‘나플라답지 않은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 내 나이에서는 ‘wu’에 느낀 에너지가 있을 수 없다. 그 당시엔 내 마음속에 화가 많던 시기였다. ‘나 이렇게 잘하는데?’ ‘왜 나는 안 되지?’ 하면서 어떻게든 보여주고 증명하려는 치기 어린 에너지였다. 지금은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생각할 것이 많고, 보여줄 만큼 보여줬거든. 그럼으로써 전보다 더 많은 감정이 섞인 에너지인 것. 나는 오래전부터 이런 음반을 한 번쯤 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디서든 플레이할 수 있고,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음반을 만들고, 그 후에 또다시 다른 것도 시도할 수 있는 힘을 얻고 싶었는데, 지금 시기가 잘 맞았다. 다 계획적으로 하고 있다.
누구 말마따나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인가. 그거지.(웃음)

컬러 블록킹된 점퍼와 팬츠는 모두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 by 트레프숍, 철조망 프린트와 어깨에 걸칠 수 있는 디테일이 있는 우비는 오프화이트, 슈즈는 라코스테 풋웨어.

더 많은 사진과 인터뷰는 나일론 5월호 지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ditor choi sung min
interview park ji hyun
photographer kim oi mil
stylist lee pill sung
makeup oh ka young
hair lee enoc
assistant lee jeong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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