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ed knit

새로운 계절 앞에서 촌스러운 복고풍 니트가 간절해진다.

 인적 드문 영국 소도시에 사는 인상 좋은 할머니가 입을 법한 페어 아일 니트가 갖고 싶을 것이라는 건 지금껏 살면서 한번도 예상하지 못했다. 처음엔 온갖 것들이 ‘유행’이라는 이름을 달고 폭발적으로 쏟아질 때마다 더욱더 맹렬하게 고즈넉한 것에 매달리던 청개구리 같은 심보 때문인 줄 알았다. 하지만 에디 슬리먼이 선보인 셀린느 컬렉션에 등장한 페어 아일 니트를 본 뒤부터는 확실히 마음에 변화가 생겼다. 시든 식물처럼 낮은 채도와 오밀조밀하게 모인 아가일 무늬가 어우러진 페어 아일 니트를 처음 봤을 때는 과연 21세기 중반을 향해가는 이 시점에서 합당한 일인지 의구심마저 들었다.

 하지만 우아한 퍼 코트와 청바지에 겹쳐 입은 게 귀여워서 좀처럼 외면할 수 없었다. 그 뒤부터는 부드럽고 아늑한 페어 아일 니트만큼 겨울이라는 계절의 정서를 풍요롭게 가지고 있는 게 없는 것처럼 다가왔다. 이후 극도로 탐미주의적인 알레산드로 미켈레를 필두로 수많은 디자이너가 올겨울을 위해 성글고 두툼한 털실을 손으로 직접 엮은 듯한 투박한 복고풍 니트를 내놓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스트리트 감성이 깃든 옷들의 홍수 속에서 미처 눈여겨보지 못한 것. 무엇보다 글렌 마틴스나 나타샤 램지 레비처럼 가장 동시대적인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조차 윤택하고 아름다운 페어 아일 니트를 뉴 시즌을 위한 대안으로 내놓았다. 대충 엮인 덕분에 투박하고 거친 손맛이 느껴지고 익숙한 색과 무늬에서 겨울의 안락한 정서가 다가와 풍성하다. 무엇보다 단조로운 겨울철 차림에 극적인 분위기를 더할 수 있는 신의 한 수이자, 그야말로 향락적인 동시에 아늑한 분위기를 내는 전천후 아이템이다.

 그러니 기능적으로 옷을 입는 일은 잠시 제쳐두고 대놓고 촌스러운 색과 무늬가 어우러진 페어 아일 니트를 사유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 어수룩한 손맛 때문에 니트라 읽기보다는 스웨터라 읽고 싶고, 집에서 도무지 나갈 생각이 들지 않게 하는 아주 추울 때 주야장천 입고 싶다. 책 한 권과 위스키 한 잔을 곁에 두고.

editor kim sun young
assistant heo ji 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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