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1 더 뉴 블랙

색이 곧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 pH-1의 <쇼미더머니 777> 경연 마지막 곡 제목은 '주황색'. 이건 대놓고 내 색깔이라는 거지.

네온 컬러 후드는 준지, 로고 타이핑 다운 재킷은 캘빈클라인 진.

모든 면에서 항상 나아지자는 뜻의 ‘하이어(Higher)’를 이름으로 가져간 레이블. 글로벌을 지향하는 무대로 잡은 하이어 뮤직은 등장하자마자 가장 빠른 속도로 신의 궤도에 자리 잡았다. 소수 정예의 멤버 중 베일에 싸여 있던 pH-1은 미국 롱 아일랜드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의 모든 것이 있던 그곳을 떠나 한국으로 왔을 때 마음과 목표가 이제 조금씩 드러나는 것일까? 레이블의 수장 박재범은 <쇼미더머니 777>의 세미파이널 무대인 ‘주황색’에 피처링으로 참여해 든든한 지원이 되었 다. ‘생각나? 네가 예전에 고민을 했잖아. 내가 다 때가 있다 했잖아. 지금 봐’라는 가사는 아무리 해도 어렵기만 했던 시절의 pH-1에게 박재범이 실제 건넨 말이다. 꾸 준히 자신만의 리듬을 유지해온 pH-1에게 요즘에 대해 물었다. 가장 먼저 꺼내야 할 키워드는 <쇼미더머니 777>였다. 7번째 시즌에서 그의 참가 소식이 전해지자 프 로그램 방영도 전에 이슈가 됨은 물론, 패자 부활전을 통해 다시 합류한 이후 우승 후보로서 이름이 오르내렸다. 시즌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에게 참가를 권유하 고 또 만류했을까?

 

데님 재킷은 타미 힐피거 진스, 안경은 프로젝트 프로덕트.

“결정은 제가 했어요. 어느 시점부터 나에 대한 수요가 아닌 하이어뮤직 레이블의 패키지로 묶이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더라고요. 자존심도 상하고 오기도 생겼어요. pH-1이라는 내 개인의 브랜드를 높여야겠다고요. 그래서 결정했어요.” <쇼미더머니> 프로그램이 신에 적극적으로 개입되고 그 흐름에 영향을 끼치는 건 이제는 어느 정도 인정할 부분이다. 힙합이라는 장르는 저항을 베이스로 두고 있는 음악이다. 번호표와 랩 네임이 크게 인쇄된 스티커를 달고 줄을 서서 평가를 기다리는 시스템은 경연 프로그램에 나선 래퍼에게 반감을 줄 수 있는 요소 역시 다분했다. 그럼에도 이를 선택한 그가 프로그램이 종영된 지금, 원한 것의많은 부분을 성취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인지도도 얻었고, 이왕 결정한 거라면 나가서 창피한 음악은 하지 말자고 나 자신과 약속했어요. 사람들 마음을 잡기 위해 내 음악을 너무 변색해서도 안 된다고 되뇌고요. 그걸 잘 지킨 것 같아요. 그런데도 톱 6까지 오른 건 감히 성공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떨어졌을 때도 후회는 없었어요. 전 얻을 만큼 얻었어요.”

 

보아 칼라 레더 재킷은 캘빈클라인 진, 셔츠는 스투시, 헤드밴드는 펜디.

pH-1의 음악에서는 대중이 소위 힙합을 떠올렸을 때 그려지는 ‘센 것’들을 찾아볼 수 없다. 다루는 소재는 같더라도 결코 자극적이고 네거티브한 방법을 취하지 않는다. 이것이 pH-1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 꼽는 공통분모다. “저는 아주 이기적인 사람이에요. 노래를 만들 때도 아주 이기적인 이유로 만들어요. 내가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고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 그거 외에는 신경을 안 쓰거든요. 그런데 그것들이 누군가에게 위로를 준다는 말을 들으면 제가 의도했던 것보다 더 큰 보람을 얻어요.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또 고맙고.” 그의 음악 전반에 깔려 있는 정서를 외로움이라고 말한다. 오른팔에 새긴 타투 역시 ‘Home Body’다. 직역을 하자면 집돌이라는 뜻인데, 그는 이게 곧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표현한 단어라고 했다. “원체 집 안에 있는 걸 좋아해요. 사람들이 저에게 다가오고 ‘준원아, 나는 너를 사랑해’라고 해도 곧이 받아들이지 못해요. 밀쳐내고. 내가 나 자신을 가두는 경향이 있어요. 근데 이게 싫지만은 않아요. 저도 홈보디일 때가 편하기는 하거든요.”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여럿이지만 그 결은 같다. 주로 감성적인 소구점이 그 대상이다. 다른 래퍼들이 본인을 과시할 때 그는 자신을 오픈하기를 택한다. 멋이 나면 좋지만 굳이 멋부리고 싶은 갈망은 없다고. 다만 그가 지닌 섬세한 관찰력이라든 지 공감 능력이 돋보인다는 것은 아티스트에게 큰 무기임이 분명하다. “저는 그저 음악을 잘하는 사람으로 인식되기를 바라요. 무엇을 들고 나오든 일단 무조건 들어야 하는 개런티가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래퍼라는 한정적 틀에서 벗어나 아티스트라는 프레임 안에 있고 싶어요. 아예 다른 존재 말이에요.”

 

터틀넥 톱은 캘빈클라인 진, 체크 셔츠와 아우터는 모두 준지, 벨트는 더블유탭스, 카고 팬츠는 언어펙티드 by 솔티서울

Editor Park Ji Hyun
Photographer Park Yong Bin
Stylist Lee Ip Sae
Makeup Hwang Hee Jung
Hair Oh Jong 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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