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f portrait

첫 영화 <영화로운 나날> 속 가장 일상적이고도 보통의 김아현.

왕가위의 <화양연화>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된 <영화로운 나날>의 또 다른 포스터.

<영화로운 나날>이 곧 개봉을 앞두고 있다. 나의 첫 영화다. 이상덕 감독과는 4년 전 뮤직비디오 촬영으로 만났다. 그 당시 그는 영화 <여자들> 촬영에 한창이었고, <영화로운 나날>을 구상 중이었다. 뮤직비디오 촬영 도중 출연을 제안했고, 그걸 계기로 이렇게 영화가 나오게 됐다.
류근의 시집 <어떻게든 이별>에도 ‘영화로운 나날’이라는 시가 있다. 시인 류근의 시를 아주 좋아한다. 제목이 같은 것도 마음에 든다. 그러나 시와 영화의 내용은 서로 전혀 다른 맥락 속에 놓여 있다. 류근의 ‘나날’은 권태롭고 지쳐 있으며 그늘지다. 반면 <영화로운 나날>의 ‘나날’은 포근하고 온화하며 긍정적이다.
모델 일을 줄곧 하다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내 삶에 모델이라는 것이 들어올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우연한 기회에 직업이 된 거지. 매달 다채로운 주제의 촬영을 맞닥뜨리며 전혀 예측하지 못한 여러 모습으로 촬영할 수 있는 직업이라 흥미로웠다. 하지만 그럴수록 내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또 다른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다. 그렇게 자연스레 연기에 관심이 갔다.
사진과 영상은 많이 다르잖나. 사진은 후반 작업이 있기에 비대칭인 눈 형태나 중성적이고 둔탁한 턱 모양처럼 내가 생각한 단점이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영상에서는 이런 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 스스로를 영화 속에 투영하기를 바라는 이상덕 감독과 작업하며 그런 단점을 오히려 좋아하게 됐다.
배우로서 처음 카메라 앞에 섰던 날이 궁금하다. 그날의 모든 것이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약간의 긴장감이 있는 날이면 결과물이 좋았다. 그날도 그랬다. 눈이 내렸고 나는 긴장하고 있었다.
이상덕 감독은 주로 일상적인 보통의 날을 다룬다. 그러나 그 속에는 그만의 섬세하고도 예민한 감성과
감정이 숨어 있다. 그는 매우 찬찬하고 세밀한 사람이다. 그렇기에 일상적인 내용을 지루하지 않게 풀어낸다. 그런 세밀함은 그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도 담긴다. 예를 들면 내가 영화 촬영이 처음인 것을 고려해 장면마다 뒤섞여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줄거리 순으로 찍었다. 얼마나 귀찮고 번거로운 일인 줄 알기에 고마웠다.
<영화로운 나날>에서 극 중 맡은 역할에 붙은 이름도 ‘아현’이다. 극 중 아현은 실제의 아현과 거의 흡사하다. 처음 이상덕 감독이 시나리오를 넘겨줄 때, 진짜 아현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연기가 아닌 실제의 나를 영화 속에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말투며 걸음걸이, 사소한 행동까지 모두.
영화 속 연인인 ‘영화’와 ‘아현’은 권태로운 관계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모든 관계에는 권태가 존재한다. 권태가 부정적인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저 이겨내야 할 수많은 감정 중 하나일 뿐. 그래서 권태로워질 때마다 그것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지. 영화 속 아현도 그런 방식으로 권태를 극복하지 않을까?
영화 소개 중 첫 문장이 인상 깊었다. ‘우연하고 기묘하게 누군가와 만나고 헤어지며’. ‘우연하고 기묘하게 누군가와 만나고 헤어지는’이라는 말처럼 <영화로운 나날> 속에서 ‘영화’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경험하게 된다. 그 과정을 연기하면서 실제로 사람 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 무엇보다 배려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사소한 배려가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내더라. 그것이 굳건한 신뢰가 되어 관계를 단단하게 다지는 밑거름이 된다는 걸 알게 됐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코리안 판타스틱 작품상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개봉 전인데도 이에 대한 관심이 크다. 미리 <영화로운 나날>을 본 사람들이 일상에 치여 잊고 지내던 어떤 감정이 되살아난다고 말했다. 사소함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면 좋겠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소중한 사람에게 전화 한 통 한다면 더 좋고.
12월에는 어떤 계획이 있을까. <영화로운 나날>의 촬영을 마친 후 지금부터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더욱더 단단하게 나 자신을 다지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물론 연기 공부도 하고, 발음과 억양 연습도 하고 있다. 내년엔 좀 더 독립적으로 스스로를 개척할 생각이다.

더 많은 화보와 인터뷰는 나일론 12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ditor kim sun young
photographer yoo young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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