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재’적소

우리는 이미 어디선가 적재의 기타 선율을 들었을 것이다.

코트는 CRSO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데님 재킷은 태우, 티셔츠는 헤인즈.

슈트는 문선, 터틀넥 니트 톱은 르메르, 스냅백은 클로브, 슈즈는 로크 by 젠틀커브, 머플러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셔츠는 코스, 데님 팬츠는 디스이즈네버댓, 벨트는 폴로 랄프 로렌, 안경은 스틸러, 슈즈는 로크 by 젠틀커브.

요즘의 즐거움은 무엇인가. 한때 패션 매거진도 많이 찾아 보고, 드라이브도 즐겨 하고…. 정말 활동적이었는데 요즘은 소파에 누워 넷플릭스 정주행하는 게 최고다.(웃음)

최근 본 프로그램이 뭔가? 봤던 걸 반복해서 또 보는 편이다. 못 봤던 디테일이 보이기도 하고, 그때와 또 다른 감정이 느껴지는 것도 재미있다. <브레이킹 배드>의 팬인데, 얼마 전 번외 편인 <베터 콜 사울>을 봤다. 요즘은 여러모로 새로운 것보다는 편하고 익숙한 대상을 찾게 되더라. 성향이 많이 바뀌었다. 새롭다는 건 결국 낯선 것이고 이걸 습득한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도 있다.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것, 취향에 관해서는 제대로 알고 있으니까. 확실하게 좋아하는 것을 주위에 두는 게 좋더라. 그게 스트레스도 덜 받고.

본업인 음악 부분에서는 어떤가. 방금 이야기한 익숙함이든, 본인이 잘할 수 있는 부분을 가장 명확하게 알지 않나. 내 목소리가 어떤 음악에 어울리는지 그 안에서 어떤 몫을 해야 하는지는 잘 알고 있지. 같은 장르만 계속하다 보면 갇히게 되고 재미없으니까 그 안에서 새로운 걸 하려고 한다. 요즘은 외부 작업도 꾸준히 하다 보니 거기서 ‘아, 이런 사람들은 이렇게 음악을 하는구나’ 하며 얻는 자극도 크다. 이런 것을 배우면서 내가 내 음반에는 하지 못했던 음악적인 시도를 해보고는 한다.

내 음반에서는 하지 못하는 이유가 따로 있나. 이를테면 내 음반에서는 쓸 수 없는 사운드라든가 강렬한 무엇을 의미한다. 내가 갑자기 메탈 음악을 하거나 록을 할 수는 없잖나.(웃음)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조금씩 접목하며 시도하고 있다. 여름에 발표한 싱글 ‘타투’도 이 시도의 일종이었다. 내가 싱어로 나선 곡을 다른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고. 굉장히 힙한 리듬 위에서 노래를 한 것도 내 나름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이야기한 것처럼 ‘타투’에서는 편곡에는 일절 손을 안 댔다. 멜로디와 가사, 노래를 부르는 것에 오롯이 집중했더라. 작업을 하다 보면 늘 해오던 것에 욕심이 날 법도 한데…. 이 곡은 출발부터 모노트리 형들이 먼저 제안한 프로젝트였다. 편곡에 대한 말은 없이 “기타 쳐줘”라고.(웃음) 그래서 노래에 모든 신경을 썼다. 내가 마치 가창자가 된 것 같은 느낌으로.

모든 파트를 핸들링하는 적재의 ‘내 곡’이나 ‘내 음반’을 준비 중인가? 계속 작업하면서 상황을 보는 중인데 그 형태가 싱글이 될지, 미니 음반으로 나올지는 아직 모르겠다.

몰랐던 건 아니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외부 활동력이 굉장하다. 대중이 볼 때는 이 사람의 음반이 안 나오면 마냥 쉬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다. 누군가는 그걸 공백기로 여기기도 하잖나. 생각해보니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나 정말 단 한 차례도 쉰 적 없는데.(웃음) 제대로 여행 가본 적도 없고, 생활 반경이 집과 작업실 동선 안이다.

‘나 이렇게 계속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하고 어필하고 싶은 마음은 없나. 그래서 요즘은 SNS에 내가 작업한 여타의 프로젝트나 음반, 세션을 한 영상을 종종 올린다. 그래도 아는 사람들은 알아주더라.

활동하는 이름 ‘적재’의 어원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더라.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내 이름이 임팩트가 있나 보다. 이 질문을 천 번은 들은 것 같다. 사실 중학교 때 별명이다. 친구들이 부르는 별명을 실연자협회와 저작권협회에 등록을 하면서 정식 활동명이 된 거지. 첫 음반을 본명인 정재원으로 냈는데 어쩐지 불편했다. 그래서 다시 이름을 적재로 바꿨다. 뭔지 모를 자신감이 생기더라. 만족한다. 이렇게들 이름에 대해 많이 물어보는 걸 보면 잘 지었다는 생각도 들고.(웃음)

실용음악과 입학 당시의 전공도 기타라고 들었다. 기타로 음악을 시작한 셈인데,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어진 지금도 여전히 그 중심에 기타가 있다고 생각하나. 1집 <한마디>를 냈을 때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음반이다 보니 ‘기타 비중을 좀 줄여볼까?’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내 정체성은 기타더라. 내가 제일 잘하는 건데 그걸 활용해서 노래를 만들고 불러야 정말 나다운 내가, ‘적재’라는 뮤지션이 완성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내 곡들은 가능한 한 직접 연주하려고 한다. 앞으로도 기타를 중심에 놓고 더 추가하면 추가했지, 이 악기가 배제되지는 않을 거다.

연주는 물론 작곡, 편곡, 프로듀싱 그리고 싱어송라이터로서 멀티플레이어로 활동하고 있다. 이 중 가장 즐겁게 하는 파트는 무엇인가.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싱어송라이터다. 어찌 됐든 연주자나 편곡가, 싱어송라이터로서만 구획되어 존재하지만은 않지만, 종합적으로 작업한 내 음반을 대중에게 알리고, 그걸 또 따라 부르고 좋아해주는 것이 전달될 때 큰 희열이 느껴진다. 기분 좋다.

싱어로서 첫 작업할 때 생각이 나나. 아, 말도 못하게 어색했다. 그래서 혼자 녹음해서 들어보고 연습도 많이 했다. 11월이면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한 지 만으로 5년이다. 그동안 공연도 많이 하고 이게 또 경험이 쌓이다 보니 예전처럼 무대에 섰을 때 ‘어떡하지’보다는 ‘자, 이 무대를 어떻게 꾸며볼까’ 하는 생각부터 먼저 든다.

5년 차의 여유다. 조금은?(웃음) 그래도 이 연차가 되니 머릿속이 백지장 되고 이런 건 없더라.

근래엔 한창 방영 중인 <비긴어게인 3>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것 같다. 곡도 발표하고. 반응도 좋다. 버스킹은 해본 적이 없고, 카메라도 조금 무서워하는 데다 또 커버 곡을 한다는 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인 거지.(웃음) 프로그램엔 이미 출연하기로 이야기가 끝난 후였지만, 개인적으로는 공연 직전까지 고민이 컸다. 심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다. 근데 막상 가서 첫 공연을 했는데 ‘왜 그리 힘들게 고민했지?’ 싶더라. 너무 편안하게 공연을 마쳤고,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모든 면에서 레벨업된 기분이 들었다.

만약 또 버스킹을 한다면 어디서 해보고 싶은가. 사람 별로 없는 곳?

버스킹은 많이 모일수록 좋은 거 아닌가. 나는 뭐든 소수 정예가 좋다. 너무 적거나 너무 많거나 이렇게 극단적이면 힘들더라고. 적당하게 열댓, 스무 명 정도?

2017년 발표한 ‘별 보러 가자’의 차트 역주행으로 화제가 되었다. 배우 박보검이 리메이크해 그런 것도 있을 테지만, 일단 가사가 너무 스윗하고 좋다. 경험담에서 나온 걸까? 한때 드라이브를 좋아해서 실제로 별을 보러 자주 다녔다. 서울이 아니어도 찾아가고. 그 당시 쓴 가사에 멜로디를 붙였다.

그때 함께 별을 보러 가고 싶은 사람이 있었구나. 아, 있었지.(웃음)

장소도 있었고? 알음알음 찾아보다 ‘어디가 좋다더라’ 하면 거기도 가보고, 같이 보고 싶은 사람도 생각나고.

적재가 생각하는 낭만이란 어떤 건가. 글쎄, 낭만도 시간적으로 마음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가질 수 있다. 거기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더 좋고. 없더라도 나만의 좋아하는 대상이 주위에 있으면 그걸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대단히 특별하기보다는 좋은 걸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생각나는 것. 그거면 됐지.(웃음)

더 많은 화보화 인터뷰는 나일론 11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ditor park ji hyun
photographer sopia.k
stylist kim jee soo
makeup you hye soo
hair jang ha jun
assistant lee jeong min
location cafe yyyyy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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