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도상우

도상우가 돌아왔다.

터틀넥은 휴고 보스.

슈트와 셔츠, 타이는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슈즈는 까르미나 by 유니페어, 비니는 J.W.앤더슨.

새 드라마 <간택>의 촬영이 한창이라고 들었다. 지방 곳곳에서 진행된다던데…. 장르가 사극이다 보니 문경새재와 부여, 용인을 왔다 갔다 한다. 이동 시간이 좀 걸리는 게 흠인데, 아직은 극 초반이라 일정에 여유가 있는 편이다.

사극 장르의 작품을 택했다. 군 제대 후 첫 작품이고, 오랜만에 들어가는 작품인데 장르적으로 부담이 되지는 않았나? 부담이 컸다. 막상 스타트를 하니, 다행히도 배우끼리의 호흡이면 호흡, 현장 분위기면 분위기 뭐든 좋으니까 걱정하던 것보다 잘 풀어가고 있다.

사극은 시공간부터 다르지 않나. 캐릭터 분석하는 부분에서는 현대극보다 쉬운 부분도 있는 거 같다. 그건 이미 <조선왕조실록> 같은 훌륭한 고증 자료들이 나와 있고, 참고할 것도 많으니까. 워낙 드라마나 영화에서 비슷한 장르물을 많이 다뤘기 때문에 그걸 통해 팁이나 정보를 얻은 부분도 크다. 이번에 맡은 캐릭터의 성향이 흥선대원군을 많이 닮아 그에 대한 조사를 좀 했다.

사실 모델로 활동할 때도 무대는 정말 많이 섰을 것이다. 이 드라마 현장이란 게 완전히 새로운 스태프와의 호흡, 속도일 텐데 첫 작품 할 때 기억이 날까? 첫 작품은 <꽃미남 라면가게>. 그 당시는 현장이 너무 재미있었다. ‘아, 이 정도면 이 길로 전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근데 바로 다음에 들어간 <괜찮아 사랑이야> 때 현타가 세게 왔다. 이제 본격적으로 뭔가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스트레스도 받고 뭔가 마음만큼 잘 되지 않더라. 무엇보다 내 본연의 실력을 뼈저리게 느꼈다.

첫 작품에서 ‘전향해도 되겠다’는 마음을 가졌는데, 바로 다음에 힘든 작품을 만나서 끝났을 때 그 마음이 흔들리지는 않았나. 이겨내고 싶었다. 나 스스로 ‘왜 이렇게 못하지?’라는 걸 느끼니까 자존심이 상하더라. ‘잘하고 싶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만 생각했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공부를 많이 했다. 연기 이야기를 하면 나도 모르게 진중해진다. 원래 이렇게 진지하지만은 않은 사람인데.(웃음) 그 파트에서만 유독 그렇다.

모델로 한창 활동하던 시기에 연기 쪽으로 행보를 잡았다. 사실 이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다. 적당한 때라는 확신이 들었을까? 말마따나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던 때였다. ‘어? 얘라는 사람이 있었어?’ 하면서 많이 불러줬거든.(웃음) 그때 좀 더 했으면 더 많은 걸 경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근데 한편으로는 ‘이왕 할 거 연기를 좀 더 빨리 시작할걸’ 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도 종종 ‘학교 같은 데 가서 기초부터 제대로 배울걸’ 하는 생각이 드니까. 어떤 선택이든 장단점이 있다.

소위 ‘87년생’ 모델들의 리즈 시절이 있었다. 신에서 존재감과 영향력도 컸다. 지금은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졌고 새로운 얼굴도 많이 등장했지만, 그들에게 도상우와 친구들은 여전히 동경의 대상일 것 같다. 나는 잘 모르겠고, 친구들 보면 많이 거론될 거 같다. 원중이 같은 경우는 지금까지도 모델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고…. 지금 나이에, 그렇게 하기란 진짜 쉽지 않은 거니까. 그리고 독보적이잖나. 그와 함께 본인 사업도 열심히 하고. 후배 모델들에게 정말 좋은 롤모델일 거다. 그 나이까지 자신이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거니까. 연기 쪽으로 빠지는 경우는 제법 봤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옷과 일로 그렇게까지 잘된 친구는 거의 없으니까. 그런 면에서 진짜 멋있다.

친구들 앞에서도 ‘멋있다’ 이런 얘기하나? 아유, 절대 안 하지.(웃음) 서로 까기 바쁘다. 놀리다가 시간 다 간다.

스무 살 한창 때부터 지금까지 만나온 굉장히 오래 알고 지낸 친구들이잖나. 이젠 어릴 때와 다른 어른스러운 주제에 대한 이야기도 할까? 우린 모이면 일 얘기는 절대 안 한다. 그냥 똑같다. 장난치고, 술 마신다. 친구들을 봤을 때 진심으로 멋있다. 하고 있는 브랜드 같은 경우도 너무 잘 이끌고 있고…. 애들 보고 있으면 ‘아,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을 많이 받는다.

서른 살에 군에 입대했다. 한창 활동하던 당시엔 2년이라는 시간의 공백이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그 당시에는 ‘아, 한 작품만 더 하고 가고 싶다’는 생각이 컸는데 돌이켜보니 그때 가길 잘했다. 멘탈이 약할 대로 약해진 때였거든. 주어진 2년이라는 시간이 생각을 정리하기에 좋았다. 전보다 성장한 것도 같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조금은 알게 됐달까. 무엇보다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이제껏 무조건 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달리는 건 마찬가지겠지만, 조금 더 편안하게 달리지 않나.(웃음)

그맘때 많이 지쳐 있었나 보다. 그 시간을 지나 지난해도 슬럼프를 겪었고, 올해가 되어 비로소 정리된 느낌이 든다.

요즘 편안함을 주는 대상은 무엇인가. 글쎄…. 근래 사람도 많이 만나고, 집에 있는 것도 좋고. 아, 새로운 취미라면 산책하는 게 좋아졌다. 이번에 괜찮은 헤드폰을 구매한 이유도 슬렁슬렁 산책하며 아무 방해 없이 음악을 듣는데, 그거 참 매력적이더라. 특별한 일 없을 때는 이렇게 산책하고 영화를 보거나 친구 만나 술 마시거나 한다.

지극히 일상적이다. 되게 자연스러운…. 그게 좋아졌다. 그동안 사람들이 다 하고 있는 걸 안 했으니까. 이제 어느 정도 나이를 먹다 보니 풀도 좋아지기 시작하고 잘 걸어 다니고.(웃음) 요즘은 이런 걸로 스트레스를 풀지 않나 싶다.

걸어 다니는 걸 싫어했나 보다. 예전에는 남들 시선에 신경을 좀 썼다면, 지금은 뭐. 내가 차가 없다. 버스나 지하철 타고 다니는데 누군가 알아보면 알아보는 대로 다니고. 되게 재미있다.

어떤 사람은 혼자 밥 먹는 것을 되게 의식하지 않나. 아, 내 얘긴데.(웃음) 혼밥은 아직이다. 커피, 술 다 가능한데 그건….

사실 20대는 누구나 가장 달릴 때다. 30대에는 어떤 것을 이루고 싶나. 크게 목표라고 잡은 게 2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어머니에게 집을 사드리고 싶고. 다른 하나는 영화를 찍고 싶다. 그전에는 감히 생각도 못했다. 한참 부족하다 생각했으니까.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이제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욕심도 나고.

새삼 시간이 참 빠르게 흐른 거 같다. 20대에서 30대로 넘어왔고 금세 40대를 향해 달려가는 시점이라니. 다시 20대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너무 힘든 데다 바쁘기도 했고, ‘힘들었지만 즐거웠다’가 그렇게 많지는 않거든. 지금이 좋다.

대중에게 도상우는 어떤 배우로 인식되면 좋겠나. 그 소리 듣고 싶은 것 같다. ‘저 친구 나오면 무조건 봐야지’ ‘쟤 잘하잖아’. 배우로서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잠깐 떠올렸는데 그 소리를 들으면 정말 행복하겠다.

맞다. 찾아보니 생일이 크리스마스더라. 아마 촬영하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 아직 모르겠다. 나는 원래 파티 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안 하던 걸 많이 하고 있으니 이번에는 좀 해봐야 하나.(웃음)

레더 재킷은 비바 스튜디오, 터틀넥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더 많은 화보화 인터뷰는 나일론 12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ditor park ji hyun
photographer yoon zu sang
stylist kim jee soo
makeup you hye soo
hair lee young jae
assistant lee jeong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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