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그레이 찾기

그레이의 순정

핑크 컬러 스웨터는 아크네 스튜디오, 딥 브라운 컬러 슬랙스는 맨온더분, dar 화이트 레더 블로퍼 슬리퍼는 오디너리피플.

레드·그린 컬러의 스웨터는 아워레가시 by 매치스패션닷컴.

화이트 스웨터는 산드로 옴므, 화이트 레더 블로퍼는 오디너리피플, 그레이 컬러 슬랙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tvN 예능 프로그램 <일로 만난 사이>에서 게으름 피우지 않고 정말 주어진 일만 하는 걸 보고 주변에서 의외라더라. 노는 거 좋아하고 까불 것 같은데 성실하다고. 아, 노는 것 좋아한다. 그런데 노는 만큼 일하고, 일한 만큼 논다. 노래 가사에도 ‘열일한 만큼 놀 자격 있으니까’라고 한 적 있다. 일한 만큼 놀자는 게 내 신조다. 반반 비율로.

잘 지키고 있나? 음, 그런대로. 솔직히 더 놀기 위해 일한다.

더 놀기 위해 운동하는 거고? SNS를 통해 성장하는 ‘헬린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더라. 2년 전에 만났을 때 처음 헬스를 시작했다고 했는데, 그때부터 꾸준히 해온 건가? 그때는 ‘깔짝’ 했다. 한다고만 했지 제대로 운동한 지는 이제 넉 달 정도 됐다.

‘깔짝’하지 않는 운동은 어떤 운동인가? 평생 하는 거지. 그때는 운동 한 달 하면 박재범 정도 될 수 있겠다 싶었다. 뭘 몰랐으니까. 운동 안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데, 막상 해보니 몇 년 성실하게 해야 하는 거더라. 지금은 ‘8주 완성 운동’ 그런 건 말도 안 된다는 거 알고, 길게 잡고 있다. 건강해야 일도 열심히 할 수 있고, 일을 해야 놀 수 있고, 놀더라도 체력이 필요하고. 뭐든 건강한 게 좋은 거 같다.

오늘 그레이의 TMI는? 양말을 신지 않았다. 원래 양말 잘 안 신는다.

몸에 열이 많은가 보다. 열이 안 난다. 땀도 별로 없고. 이것도 TMI네.

AOMG의 아티스트 선발을 위한 첫 공개 오디션인 MBN 예능 프로 <사인히어>에 참여했다. 이성화로 공개에 지원한다면, 한 줄 자기소개란에 뭐라고 쓰겠나? ‘뭐든 시키면 잘할 자신 있습니다.’ 진짜 뭘 시켜도 잘할 것 같다.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오는 거지? 센스가 뛰어나서? 그치. 그리고 눈치가 빠르다. 그래서 굶어 죽지는 않을 것 같다. 나름 어릴 때부터 손재주도 있었다. 그게 음악일 수도, 미술일 수도 있고, 실무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군대에서도 비서병 출신이었다. 무엇보다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지 않나.

몇 년 동안 AOMG 아티스트의 비트를 그레이가 거의 다 만들어왔는데, 최근 코드 쿤스트가 들어오고 생긴 변화가 있나? 개인적으로 부담을 던 것도 있고, 프로듀서가 많아지니 그만큼 다양한 색을 낼 수 있다. 예전에는 AOMG 내 모든 아티스트의 곡을 내가 다 만들고 싶었는데, 이제는 아티스트 각자 자리를 잡기도 했고, 아티스트를 같이 지원사격할 수 있는 실력 있는 동료가 생겨 든든하다.

그래서인지 그레이도 점차 활동 반경을 넓혀가는 것 같다. 나한테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지금은 재미있는 것 위주로 한다.

오롯이 자신의 음악에 집중하게 된 게 언제부터였나. 1년 정도 됐나? ‘하기나 해’ 가사만 봐도 차트에 연연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게 느껴진다. 그때 꿈이 욕조 있는 집에 살고 싶은 거였는데, 막상 욕조 있는 집으로 이사했더니 행복하지도 않더라. 사람이 더 많은 걸 원하고 더 좋은 걸 바라고 그래서 행복하지 못한 거겠지.

욕조 있는 집이 꿈이었다는 거, 너무 재밌다. 그래서 ‘하기나 해’ 음반 커버가 내가 욕조에서 반신욕하는 거다. ‘꿈이 뭐야’는 옥탑방에서 만들었는데도 열의와 꿈에 가득 차 있고, 패기가 넘친다. 그런데 오히려 ‘하기나 해’를 부르는 나는 내 모습과 인기가 영원하면 좋겠다고 한다. ‘쓸데없는 생각 그만하고’ 하면서 다그치는데, 그 잔소리가 사실 나한테 하는 잔소리다.

패기 넘치던 ‘꿈이 뭐야’, 내 모습과 인기가 영원하면 좋겠다고 열심히 하라고 다그치는 ‘하기나 해’. 다음 전환점으로 세 번째 곡이 나온다면 지금이 아닐까 싶은데, 어떤 가사가 나오려나? ‘기억해’라고, 예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이건 내가 봐도 멋있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짱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않나. 그 느낌을 항상 기억하면 좋겠고, 누군가가 기억해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적었다. 예술이 멋있는 게 무언가를 남긴다는 거잖나. 그래서 ‘계속 기억될 수 있는 음악을 만들자, 순위가 어찌 됐든, 그냥 내가 재미있는 거 하자’ 이런 이야기다.

이제 ‘꿈이 뭐야’ 만들었을 때의 패기만 이기면 되는 건가? 아니, 그때의 패기는 앞으로도 못 이길 것 같다. 그건 그때만 가능한 패기였던 거다. 치기 어린 패기, 그런 거였거든. 20대에 ‘돈을 떠나서도 내가 그냥 짱이야’ 그럴 때니까.

그때의 그레이가 지금의 그레이한테 무엇을 부러워할 것 같나? ‘어, 너 그렇게 좋은 집에 살고 있어?’ 이러지 않을까? 뭔가 내가 가진 것에 대해 신기해할 것 같다.

왜? 패기 넘치는 그 아이는 이렇게 잘 벌고, 잘나갔을 거라는 생각을 못했을까? 그치, 옥탑방에 살았으니까. 패기가 넘쳐도 금전적인 것보다 당장의 내가 이렇게 인정받고 있고, 내가 작업하고 싶던 뮤지션과 일을 하고, 그런 것만 생각해도 너무 좋을 때였기 때문에. 지금 내가 이뤄놓은 것을 보면, 그때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잘됐으니까. 그래서 지금 내가 누리는 것에 굉장히 감사하다.

엘로, 페노메코와 같이한 ‘Love?’를 듣는데, 그레이 파트만 유독 쓸쓸해 보이더라. 굉장히 현실적으로 썼다. 애들이 쓴 가사를 처음 받았는데, ‘새벽 2시에 전화하고 설레고, 노래를 흥얼거리는데, 이게 사랑인 걸까, 나 미칠 거 같아’ 이렇더라. 그 곡에 피처링을 해달라는데, 요즘의 나는 그 가사에 공감이 안 되더라고. 설레는 감정도 없고. 그래서 내 파트의 첫 가사가 ‘모든 것에 다 질려버렸어’라고 판을 딱 깨버렸다. 나도 옛날에 로맨틱했는데…. 아, 모르겠다. 요즘에 사랑을 하는 게 두렵다.

뭐가 두렵나? 2년, 길게는 3년간 이런저런 연애를 해봤는데, 끝이 있다는 걸 아니까 허무함도 들고, 알다가도 모를 그런 감정이 있다. 뭔가 영원할 거라고 생각한 것이 아닐 수도 있구나 하는 현실적인 그런 것들.

그레이는 현실주의자인가 로맨틱한 사람인가? 반반이다. 당연히 가슴속에 로맨틱함은 품고 있다. 그런데 상대와 내가 다치지 않기 위해 로맨틱함을 남발하면 안 되는구나 싶다. 로맨틱함은 정말 내가 쓰고 싶은 사람한테 써야 하는 거다.

자신이 로맨틱하다고 느낄 때는? 요즘은 없다. 그런데 사랑에 빠지면 로맨티스트가 된다. 노래도 만들어주고, 이벤트도 하고. 곽철용처럼 ‘나도 순정이 있다’

네이비 컬러 코듀로이 셋업은 던힐 옴므, 플라워 패턴의 시스루 터틀넥은 오디너리피플.

블랙 스트라이프 재킷, 팬츠, 넥타이, 화이트 셔츠는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스니커즈는 골든구스.

스트라이프 니트 베스트는 우영미, 딥 브라운 컬러 슬랙스는 맨온더분.

더 많은 화보화 인터뷰는 나일론 12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ditor yoo soo
photographer kim cham
stylist han jong wan
makeup miae(mijangwon by taehyun)
hair taehyun(mijangwon by taehyun)
assistant lee jeong min
location cafe yyyyy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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