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s’ rhythms

미래 지향적이던 1990년대 음악과 패션.

음악가들은 좀처럼 늙지 않는다. 그들은 다른 예술가들과 명확하게 구분되는 예측하기 힘든 아름다움을 지녔다. 매일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워도 늘 배는 납작하고 피부는 말갛다. 넝마처럼 헐거운 티셔츠를 입고 땀에 전 채 공연장을 활보해도 지저분하다는 생각보다 멋스러워 보인다. 어떤 비현실적 젊음이 늘 그들을 지배하고 압도한다. 늙지 않은 채 매일매일을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 속에서 사는 것처럼. 음악가들을 가득 채운 이런 특유의 불구속적 에너지는 아름다움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드는 패션으로 하여금 강렬하게 매료되게끔 한다. 록에 심취한 에디 슬리먼이나 포스트 펑크에 깊숙이 빠진 라프 시몬스처럼 시대를 관통하는 디자이너들은 늘 어떤 특정한 음악에 스스로를 가둔다. 음악가들은 언제나 시대의 전형적 표상이었고, 패션은 늘 그런 음악과 음악가들을 곁에뒀다.지난 몇 년간 하이패션의 최전선에서 1990년대 힙합이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90년대 힙합의 유행은 버질 아블로나 매튜 윌리엄스, 헤론 프레스톤과 같은 디자이너들을 유행의 반열에 오르게 했고, 로고 티셔츠나 야구 점퍼, 통 넓은 바지나 못생긴 운동화 같은 것들을  건재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사랑이 시들해지는 것처럼 이에 대한 열렬한 애정도 차츰 식어갔다. 좀처럼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던 90년대 힙합 문화와 스트리트 패션이 드디어 종적을 감춘 것이다. 그 자리엔 세르핫 이삭이나 벤자민 알렉산더 허스비, 크리스타 보쉬나 코시마 가디언트 같은 생경한 이름의 젊고 명민한 신진 디자이너들이 채웠다. 그들 역시 여느 디자이너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음악에 빠져 있었는데, 90년대 미국을 기반으로 한 힙합이 아닌 그 시절의 전형적이지 않은 음악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건 미시 엘리엇이나 버스타 라임즈, 하이프 윌리엄스, 자넷 잭슨처럼 직설적이고 대담한 음악을 추구한 흑인 음악가들이었다. 금과 은, 실크와 벨벳, 가죽과 체인을 활용해 마치 우주에서 내려온 듯한 흑인 음악가들의 미래 지향적 패션 스타일이 새로운 계절에 단서를 제공하는 중요한 실마리가 된 것이다. 그들의 차림은 요즘 디자이너들에 의해 동시대적 방식으로 완전히 새롭게 재해석된다. 몸에 꼭 맞는 티셔츠와 가죽 바지는 말끔한 형태로 세상에 선보이며 <토탈 리콜> 속 자유로운 이방인을 연상시키고, 바닥까지 길게 내려오는 가죽 코트나 매섭게 찢어진 선글라스는 <매트릭스> 속 네오처럼 심심한 차림에 힘을 싣는 중요한 한 방이 된다. 직설적이면서도 과감한 음악과 차림을 서슴지 않던 90년대 흑인 음악가들 특유의 대담하고 방탕한 모습이 동시대적 방식으로 재해석되며 기묘한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90년대에는 이들의 차림이 패션적인 것으로 통용되지 않았다. 그저 기묘하고 신묘한 이방인의 모습이었을 뿐. 그러나 이제는 그것이 가장 효용성있는 패션으로 인정받는 시대속에 살게됐다. 누구나 유행을 쉽게 알게되고 얼핏 비슷한 차림으로 다니게 된 시절 속에서, 자기만의 독립된 색을 지닌 그 시절 흑인 음악가들의 미래 지향적 모습이 벼락 같은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다. 자만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오만한 과시가 아닌, 자신에 대한 굳건한 믿음에서 나오는 거침없는 당찬 기백이 온통 세련되고 우아한 것들 천지인 패션 틈에서 가장 독보적인 것으로 다가온다.

editor kim sun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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