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하는 여자들

수능 시험 만점자들과 이제 소개할 여자 6명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 “글쎄요. 제 할 일을 그냥 했는 걸요.”

플러스 사이즈 모델 정가영

가영이 입은 슬립 원피스는 스타일난다, 달 모양 펜던트 네크리스는 레끌라.

 

모델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가?
이전에 태권도 선수로 활동했다. 나는 내가 운동을 계속할 줄 알았다. 근데 예기치 않은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접었다. 좋은 계기로 스포츠 모델 대회를 나가게 되었는데, 그 두근거림이 너무 좋은 거다. ‘아, 이 일을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외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찾아보며 꿈을 행동으로 옮겼다.

오랫동안 여성의 미의 기준은 ‘하얗고, 마르고’에 맞춰졌다. 글로벌적으로는 전형적인 모델에 대한 프레임이 깨지는 추세인데, 가영은 어떤 여자가 예쁜가?
이것에 대해 정말 많이 생각해봤다. 가령 여기에 대한 답을 ‘구릿빛 피부에 사이즈가 풍만한 사람들이 예쁘다’고 하면 그것 역시 하나의 틀이 되는 거잖나. 나는 본인이 생각하기에 예쁘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면 그 자체로 아름다움이 된다고 믿는다.

누구나 그 자체로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맞다.

자기 관리는 어떻게 하는 편인지.
플러스 사이즈 모델은 마냥 사이즈가 크고 풍만하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사실 여느 모델처럼 몸의 라인도 예쁘게 잡고, 또 그것을 건강하게 보여주기 위한 관리를 열심히 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헬스를 하고 있는데, 여유가 생기면 요가를 병행하고 싶다. 나에게 잘 맞는 것 같더라.

모델 커리어는 이제 출발점에 서 있다. 앞으로 어떤 것을 기대하나.
3가지 목표가 있다. 첫 번째는 내가 한국 사람이니 먼저 서울 패션위크에 꼭 서고 싶다. 플러스 사이즈 모델도 앞에 ‘플러스’만 붙었지 일반 모델과 같다. 뷰티 화보도 도전해보고 싶고. 애슐리 그레이엄이나 이스크라 로렌스처럼 앞으로 많은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의 편견을 변화시키고픈 욕심도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몸은 어디인가.
나는 내가 참 좋다. 굳이 꼽자면 다리. 몸에 비해 모양이 일자로 곧게 뻗었고, 또 길거든.(웃음)

DJ 디디한

디디한이 입은 니트 톱은 비비안 웨스트우드, 와이드 트레이닝팬츠는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그린 컬러의 앵클부츠는 코아그먼트. 후프 이어링은 원이너프.

 

패션을 전공하다 음악으로 방향을 틀었다. 옷을 만드는 것과 음악을 셀렉하는 건 각각 어떤 매력이 있나.
섬유디자인과를 나와서 대학원 진학 준비를 했다. 후에 졸업 패션쇼에서 내 음악을 틀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디제잉을 배웠다. 공부하면서 든 생각이 2가지 일이 매우 닮았더라.

DJ는 어떤 예술보다 관객과의 거리가 가깝다. 플레이를 하면 피드백이 바로 전달되지 않나.
그래서 더 재미있다. 음악을 트는 나와 듣는 이들과 바로 소통되니까. 그날의 컨디션, 사람들 분위기, 여러 요소에서 다 다르고 정답이 없다. 예측할 수 없어 더 재미있달까.

대담하지 않으면 상처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초반엔 그랬다. 지금은 많이 단련되어 괜찮다.(웃음)

플레이리스트는 어떻게 구성하나?
관객이 좋아할 것도 틀면서 중간중간 내가 좋아하는 것, 이 사람들이 좋아했으면 하는 코드를 심는다거나. 어떻게 보면 내 역할은 그들에게 알려주는 거니까. 제시한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대중에겐 ‘여성 DJ에 대한 기존의 아카이빙된 부정적 이미지가 있을 거다.
실제로 처음 디제이 신을 접했을 때는 남자 DJ가 많았다. 잘한다는 이들 역시 모두 남자였다. 그러나 이젠 젠더로 구획할 시기는 아닌 것 같다. 그러기엔 잘하는 여자 DJ가 너무 많아졌다.

함께하는 ‘디럭스 서울’은 어떤 크루인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정말 가까운 사람들. 플레이를 많이 하는 클럽 소프도 친구들이 운영하는 곳이다. 내겐 편안한 사람들과 공간이 중요하다.

오늘 이곳에 오면서 들은 곡이 있다면?
‘이따 촬영장 가서 들어야지’ 하고 아껴둔 곡이 있다. 몰로코(Moloko)의 ‘Sing It Back’. 한번 들어보라. 아까의 나처럼 절로 춤추게 될 테니.(웃음)

패션 디자이너 최지원

 

이번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와 협업은 어떻게 이뤄졌나.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의 크리에이티브 프로젝트 디렉터 알렉산드라 웨일랜드의 소셜 미디어 메시지를 처음 받았을 때 난 밀라노 공항에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함께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물론 나로서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 이후부턴 모든 진행이 순조로웠다.

디자인에서 구조적 요소가 돋보인다. 이번 협업에서 어떤 아이덴티티를 녹여내고자 했나?
이번 컬렉션은 한국의 고전적인 의복과 아디다스의 모티프를 모으는 데 중점을 두었다. 파슨스 졸업 이후 난 스트라이프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 논문 역시 줄무늬 개념을 각 의류의 출발점으로 사용했으니까. 이번에 이런 내 아이덴티티를 아디다스의 시그너처인 ‘삼선’ 줄무늬로 변환·접목하기로 한 것이다.

파슨스 재학 당시 최지원은 어떤 학생이었나.
학교와 내 시간에 충실했다. 매일 창조하고 비평을 받고 도전하는 순환이었다. 같은 목표를 지닌 동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고, 결국 우리의 꿈은 이뤄졌다.

궁극적으로 내 작업에 담아내고 싶은 건 뭔가?
나는 우리 사회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조장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특히 패션을 통해 문화를 연결하는 아이디어에 관심이 많다.

이 시대에 쿨하다는 건 무엇이라 생각하나.
의식. 그 어느 때보다 디자이너와 구매자가 환경, 문화 또는 그 밖의 상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지금은 그런 시대다.

최지원의 다음 행보는?
우선 나와 아디다스 오리지널스가 함께한 여행이 어디로 향하는지 지켜보고 싶다. 현재는 그것만으로도 기쁘다. 좀 더 기다리고 즐길 때다.

브랜드 ‘비건 타이거’ 대표 양윤아

윤아가 입은 체크 톱과 스커트는 모두 톰 그레이하운드, 슬링백 힐은 레이첼 콕스, 이어링은 원이너프.

 

본인을 ‘채식하는 호랑이’라고 칭하더라.
일반적으로 채식하는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 주로 온순하고 정적인 이미지의 사람. 나는 잘 웃고 잘 화내며 웬만한 일에도 즐거워하는 사람이다. 채식하는 호랑이는 이런 내게 지인이 지어준 별명이다. 어떤 감정이든 표현을 열정적으로 한다나? 그래서 내 브랜드에도 ‘비건 타이거’라는 이름을 붙였다.

만들고 싶은 옷은 어떤 건가.
잘 팔리는 옷. 우리 제품은 가격 저항력이 높은 편이다. 비건 패션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는 가격대의 제품을 공급하고 싶다. 항상 합리적이고 대중적인 옷을 생각한다.

비건 페스티벌은 어느새 1만여 명이 방문하는 문화의 장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비건 페스티벌은 말 그대로 축제다. ‘비건’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교류의 장이라고 보면 된다. 다양한 사람과 음악, 또 메시지가 담긴 캠페인 등을 보고, 듣고, 느끼며 어울리고 공유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캠페인으로 진행하고 싶은 주제가 있나.
2019 S/S 컬렉션으로 진행할 예정인 ‘Born To Be Wild’. 우리 브랜드의 자체 개발 프린트에 동물 관광 산업으로 인해 고통받는 동물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다.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것, 결여되어 있지만 지켜야만 하는 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서로 존중하고 혐오하지 않는 것. 이렇게 말하는 나도 실천하기 쉽지 않다. 엄청난 규모의 축산업, 보신 문화, 플라스틱 바다…. 이런 걸 보고 있자면 좀처럼 인류애를 가질 수 없다. 그런데 이걸 바꿀 수 있는 것도 우리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트리트 아티스트 신혜미

혜미가 입은 그래픽 후디는 스티그마, 데님 쇼츠는 랙앤본, 블랙 삭스는 인스텐스, 스니커즈는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주로 쓰는 캐릭터와 컬러가 작가를 닮았다.
그런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빵빵한 볼 부분 때문일까?

어떤 영감에서 나온 친구들인가.
본격적으로 이 일을 하고 싶어 미술 기법을 연구하던 적이 있다. 그땐 닥치는 대로 그렸다. 그림을 보니 점점 동그래지더라. 그 귀여움 코드에서 발전시키다 보니 지금의 그림체가 되었다.

하루의 루틴을 알려달라.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자고 싶을 때 잔다. 즉흥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프리랜서다 보니 내 시간을 내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마감이라는 건 여전히 익숙하지 않지만 최대한 맞추려고 노력 중이다.

내 작업을 알리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하는가.
메인 포션은 인스타그램. 주로 결과물과 작업 과정을 올린다. 아트 에이전시에 포트폴리오를 보내기도 하고.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알아주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패션 스타일은?
스트리트 패션. 특히 모자와 신발에 관심이 많다. 같은 필드에 있는 주위 사람들 영향도 큰 것 같다. 그들이 늘 멋지고 힙하니까 나도 그렇게 입고 싶었던 것 같다.

꼭 작업하고 싶은 월(Wall)은 어딜까?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창문이 작거나 없는 건물이 눈에 들어오는데, 이미 머릿속에선 거기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곧 미군이 용산에서 이전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랜 시간 아무도 손댈 수 없는 벽이었고 그래서 아무것도 그려 있지 않다. 기회가 된다면 꼭 작업하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신념은?
내 그림을 보는 이들이 즐겁고 행복했으면 한다. 그러려면 우선 나부터 행복해야 한다. 그 좋은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작업이 그 기운으로 나오니까.

ROAD FC 선수 심유리

유리가 입은 블랙 재킷은 N°21, 트레이닝팬츠는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브라 톱과 스니커즈는 모두 본인 소장품.

 

무에타이 국가 대표 출신이라고 들었다. ROAD FC 선수로 어떻게 전향하게 되었는가.
처음엔 군인이 되고 싶어 체력 관리 차원에서 체육관을 찾았다. 운동을 하다 보니 자연히 시합에 관심이 갔다. 또 시합을 뛰다 보니 여러 종목에 욕심이 나서 복싱, 킥복싱, 우슈, 무에타이 등에 도전했다. 한 만큼 좋은 성적이 나오니 재미있기도 하고. 그러다 여기까지 왔다.

최근 연승을 거두는 등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그럼에도 경기 후 인터뷰를 보면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더라.
사실 최근 티케이오(TKO)로 경기를 이겼을 때도 대기실에 들어오자마자 아쉬운 마음에 울었다. 이제껏 단 한 번도 만족스러운 시합은 없었다. 나 자신에게 당근보다는 채찍을 주는 편이다.

링에 올라가기 직전과 모든 것을 마치고 내려올 때 하는 생각은?
케이지에 올라서기 전엔 항상 이 시합을 위해 노력해준 관장님과 팀원의 얼굴이 떠오른다. 혼자가 아니라 그들과 함께라고 생각하면 든든하고 힘이 난다. 경기가 끝나고 나면 곧장 후련해진다. 오늘을 위해 해온 훈련과 체중 감량이 너무 힘들어서 그런가. 이제 좀 쉴 수 있겠다는 안도감이 밀려온다.

경쟁 상대라든가, 나중에라도 꼭 넘어보고 싶은 선수가 있나.
현 ROAD FC 여성 챔피언 함서희 선수. 아마추어 때부터 그녀의 영상을 찾아보며 공부했다. 지금은 같은 단체에서 시합을 뛰고 있는데 그것마저 영광이라 생각한다.

선수로서 그리고 개인으로서 어떤 목표를 정해놓았나.
모든 선수가 그렇겠지만 최종 목표는 ROAD FC 여성 챔피언이다. 개인적으론 언젠가 체육관을 차리고 싶다. 사람들에게 운동이 힘들기만 한 것이 아니라 즐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게끔 내가 좋아하는 이 운동을 즐겁게 가르쳐주고 싶다.

강한 사람이란?
포기하지 않는 사람. 아무리 강한 무기를 많이 가진 사람이어도 포기하면 끝이다.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은 언젠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

Editor Park Ji Hyun
Photographer Park Yong Bin
Stylist Kim Min Ji
Makeup & Hair Kim Min 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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