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슬 이라는 세계

한예슬은 꿈꾼다. 한예슬다운 게 가장 아름답다.

플라워 프린트 시폰 드레스는 지암바티스타 발리.

블랙&화이트 배색된 페이크 퍼 코트와 저지 소재 블랙 드레스는 모두 YSL.

비즈 장식된 아이보리 컬러 오버사이즈 스웨터는 모스키노, 하이톱 스니커즈는 컨버스.

옐로 컬러 터틀넥과 베이지 컬러 니트 드레스는 모두 이자벨 마랑.

자신이 있었던 건 아니다. 20년 가까이 같은 길을 걸어왔다면 이제 젊은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완전히 새로운 걸 한번 해보자, 새로운 어떤 삶을 살아보자 싶었다, 뭐가 됐든지 간에.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까 더 용감해지는 것 같다.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아 하고 싶은 거 다 해야겠더라.

블랙 재킷은 지방시.

도트 패턴 샤 드레스와 블랙 뷔스티에는 모두 카이트 by 10 꼬르소 꼬모, 블랙 샤 리본 헤어밴드는 메종 미셸 by 10 꼬르소 꼬모.

골드 스커트와 브라운 태슬 코트는 모두 골든구스.

체크 패턴 미니드레스는 니나리치 by hanstyle.com, 퍼퓸 성냥은 레 알루메 퍼푸메 성냥 제네랄 엉피르 20ea 3만2천원 불리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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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은 일요일 오전에는 뭘 하나. 일어나서 커피를 마시고, 집에서 브런치 해 먹는 걸 좋아한다.
유튜브에서 보니 요리는 잘 못하는 것 같던데. 요리는 못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오믈렛이나 오트밀 같은 간단한 브런치 정도는 할 수 있다. 그리고 청소. 아침에 일어나서 빨래하고 났을 때 나는 깨끗한 빨래 향이 너무 좋다. 어릴 때 엄마가 빨래하고 난 뒤 집 안에 풍기는 냄새가 포근했는데, 그 기억이 좋아서 그런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요일은? 일요일. 북적거리고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 생활에서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잖나. 일요일은 햇살이 유난히 더 좋은 거 같다. 그래서 ‘선데이’인가? 선데이, 해의 날. 햇살도 포근하고, 분위기도, 사람들도 여유롭다.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언젠가? 석양이 질 무렵.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의 쓸쓸하면서, 분위기 있는 그 시간. 따뜻하기도 하고, 뭐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언젠가 인터뷰에서 ‘로맨틱한 게 가장 아름답다’고 했다. 내가 그랬나? 여전히 낭만적인 건 정말 아름다운 것 같다. 이 세상에 낭만이 없으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다) 남녀간의 사랑일 수 있지만, 분위기가 낭만적일 수도 있고, 아니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광경이 낭만적일 수도 있고.
한예슬이 유튜브를 한다고 했을 때, 동명이인이겠지 했다. 그런데 유튜브 생태계를 파괴시키는,
진짜가 나타났더라. 유튜브를 안 하기도 했고, 또 몰랐다. 한 번은 유튜브를 하는 친구한테 “넌 유튜브 주소가 뭐야?”라고 물어봤다. 이메일 주소처럼 주소가 있는 줄 알았거든.
그런데 유튜브에는 어떻게 발을 들여놓게 됐나? 잠들기 전에 잠이 잘 오는 음악을 틀어주는 ‘릴랙스 슬리핑 뮤직’ 방송을 들으면서다. 스파에 가면 나올 법한 노래가 끊임없이 나온다. 시냇물이 졸졸졸 흐르고, 새소리 나고, 빗소리 들리고. 봐라, 조회수가 1.5억이다. 이거 틀고 침대에 누우면 바로 잠든다.
‘한예슬 is’를 지난 9월부터 시작했으니, 이 유튜브 계정을 알게 된 것도 9월인가? 그렇다. 그전까지 유튜브 세계를 정말 몰랐다. SNS를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고. 트위터와 페이스북도 하지 않고, 인스타그램은 나도 하나의 소통 공간이 있어야겠다고 해서 시작한 거다. 요즘은
소통을 위해 유튜브를 하는 듯해서 유튜브를 선택한 거고.
한예슬 정도의 위치면 굳이 소통을 안 해도 되지 않나? 왜 소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
안 해도 되는데…. 사람들한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줄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전에는 베일에 가려져 있거나, 사람들과 거리를 두었거든. 나를 보여주지 않고 연예인 한예슬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내세웠다.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거나, 내게 상처를 준다면 그건 나를 향한 게 아니라 가상의 인물에게 던지는 거라고 생각했다. ‘흥, 저건 연예인 한예슬이한테 하는 거지, 내가 아니니까’ 이렇게. 왜? 사람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니까. 대중은 나와 사적인 대화를 나눈 적도 없고, 나와 시간을 보낸 적도 없고, 진짜 나를 모르잖나. 그리고 캐릭터는 상처를 받지 않고. 그런 모티프에서 나를 보여주지 않고 항상 가상의 인물을 앞세웠다. 그러니까 내가 상처받을 일은 없는 거다. 그 대신 좋지 않은 건,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거나 칭찬을 받았을 때도 내가 받는 느낌이 아니라 가상의 인물이 받는 느낌이었지. 연예인 한예슬이라는, 내가 아닌 다른 나를 경계선으로 세워 상처도 안 받지만, 직접적인 사랑도 못 느끼는 거다.
처음부터 그렇게 한예슬과 자신을 분리했나? 처음부터 나를 많이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많이 보여줄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았고,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그냥 찰나일 뿐이었지. 나를 다 보여주는 건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연예인 한예슬이라는 캐릭터가 내가 될 수 있고, 그러면 내가 상처받을까 봐? 그치. 누가 내게 직접적으로 총을 쏘면 아프잖아. 그런데 가상의 마네킹한테 쏘도록 하면 내가 직접적으로 아프지는 않으니까. 연예인 한예슬은 대중이 생각하는 대로의 형상을 지닌 가상의 인물이다. 욕을 들어도, ‘괜찮아, 나는 걔가 아니니까’ 이렇게 항상 나를 보호해온 것 같다. ‘신비주의’ 하면 뭔가 신비로워 보이고, 있어 보이려 한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그런 거다. 직접적으로 무대에 내가 나가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들어놓은 다른 실체가 나가는 거지.
똑똑한 방법인 것 같은데, 한편으로는 또 안쓰럽기도 하다. 장단점이 있다. 양날의 칼인데, 장점은 크게 상처를 받지 않는다는 거. 유튜브를 시작한 건 엄청난 용기를 내야 했다. 항상 대리인을 내보내다가 이제는 진짜 날것의, 내가 직접 나가게 된 거니까. 돌을 맞으면 상처를 크게 받을 수 있겠지만, 이제는 사람들과 인간 대 인간으로서 만나고 싶었다.

더 많은 인터뷰는 나일론 12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ditor choi sung min
interview editor yoo soo
photographer zoo yong gyun
stylist hwang jung won
makeup park hye ryeong
hair baek heung kwon(salon he:arts)
assistant lee jeong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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