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겠어요?

TV와 영화 매체 밖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판도. 유튜브 채널은 오늘도 새 입주민들로 북적인다.

“백선생님 구독자 5만이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엊그제 맞네요.” 지난 6월 10일 오픈한 <백종원의 요리비책> 유튜브에 달린 댓글이다. 새로고침 한 번 할 때마다 50명, 자고 일어나면 10만 명씩 구독자가 늘어나는 게 지금 백종원 유튜브의 상태다. 개설 2시간 만에 구독수 5만을, 3일 만에 1백 만을, 3주 만에 2백 만을 가뿐히 돌파했다. 지금도 자신의 이름을 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과 tvN <고교급식왕>에 출연 중이며, 방영 예정인 방송만 두 개(최강창민과 출연하는 JTBC <양식의 양식>과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시즌2)인 백종원이 왜 유튜브까지 뛰어들었을까. 백종원은 유튜브 첫 영상에서 ‘백종원 레시피’라는 이름을 건 콘텐츠에 엉터리가 너무 많아 직접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래서인지 그의 레시피 콘텐츠 이름은 ‘백종원의 백종원 레시피’다. 유튜브에도 이미 백종원 레시피가 너무 많아 진품 앞에 ‘백종원의’를 첨가해야 했던 것. 백종원 채널만큼 유튜브 생태계와 영상 콘텐츠의 확장 범위를 명확히 보여주는 채널이 없는데, 일단 그 파급력으로 ‘양파 대란’을 꼽을 수 있다. 6월 23일 백종원은 ‘만능양파볶음 대작전 1편’을 업로드하면서 “양파값 폭락으로 양파 농가가 힘드니까 우리라도 많이 소비해주자”고 말했다. 그 효과는? 놀랍게도 1주일 만에 양파값이 소폭 상승했다. 내 트위터 피드에만 해도 하루에 10개 이상의 양파캐러멜라이징 인증샷이 올라온다. 알고 보니 양파 콘텐츠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양파 소비 촉진을 위해 백종원 채널에 협조를 요청해 시작된 콘텐츠라고.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도 그랬듯이 백종원은 시청자를 ‘우리 팀’이라고 한다. 이 방송에서 요리는 ‘내’(백종원)가 하지만 청자의 입장이라면 이 요리의 어떤 지점이 어려울까를 끊임없이 주지하는 백종원 특유의 ‘토크’ 방식이 이어진다. 혼자서 100인분 감자사라다용 감자 10kg을 깎고, 역시 혼자 양파 15kg을 자르면서도 손은 도마에, 끊임없이 카메라 밖의 청자에게 말을 건다. 그것도 공백을 채우려는 ‘아무말대잔치’가 아니라 요리든 일상에든 도움이 되고, 재미까지 있는 알찬 말의 향연이다. 게다가 요리하는 주체를 여성으로 대상화하지 않고 “우리 아버지들 여행 갈 때 곰탕 끓여놓고 가죠? 저는 그러는데…. 이젠 양파 볶아놓고 가세요”라며 시대의 흐름까지 명확히 읽어낸다. 그의 유튜브를 보면 백종원이 방송국 제작진에게 아쉬워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의 유튜브는 ‘무궁무진합니다’라는 말 뒤에 무궁화 사진을 깔고 자막과 효과음으로 재미는 줄지언정 온전히 요리 정보에 집중한다. ‘쿡방’ ‘먹방’에서 음식을 돋보이기 위해 편집하고 가공했을 장면을 과감히 빼버리고, 방송꾼들이 관습적으로 넣었을 불편한 유머나 자막이 없다. 카메라는 오로지 요리 정보에만 집중한다. 방송에서 편집권을 가질 수 없었던 아쉬움을 자기 채널에서 마음껏 해소하고 있는 것이다.
기획도, 편집 방향도 자기 뜻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유튜브의 장점이 아닌가. 백종원처럼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한 유튜브를 여는 유명인이 있는가 하면 신세경, 정소민, 태연처럼 일상을 공유하는 스타의 유튜브가 실은 좀 더 일반적이다. 지난해 10월 채널을 개설한 신세경이 브이로그 콘텐츠의 선두 주자였다면, 최근에 유튜브를 개설한 정소민. ‘ssomday’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정소민 채널의 영상은 3일 만에 조회수 10만을 기록했다. 정소민 소속사에 따르면, 이 채널은 온전히 정소민이 직접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편집은 소속사에서 도와주지만 촬영은 일상 속에서 정소민이 직접 한다. 정소민은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가 여덟 살에 접어든 반려견 때문이라며, 노견이 돼가는 반려견과의 추억을 기록하고 싶었다고 한다. 유튜브에서는 유명인이 대중적으로는 덜 유명한 인기 유튜버의 명성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권혁수가 최근 올린 영상 중 조회수가 가장 높은 것이 ‘박막례 할머니께서 손수 간장국수 해주심’이라는 영상이다. TV에서는 권혁수가 더 유명할지라도 유튜브에서는 박막례 할머니의 이름을 빌려 조회수를 올려야 한다. 구도 쉘리 역시 유명인이 흉내 내는 유튜버다. 호주에 살며 자유로운 차림새와 독특한 억양과 말투로 인기를 얻은 구도 쉘리는 확실한 자기만의 트레이드마크와 ‘아시겠어요?’라는 유행어가 있다. 그런 구도 쉘리를 이수지, 권혁수, 김우리 등이 유튜브에서 패러디한다. 유튜브에서만큼은 무조건 ‘구독수’가 인기의 바로미터이며 TV나 영화의 문법이 아닌 유튜브의 문법에 따라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 예시가 바로 김태호 PD의 ‘놀면 뭐하니’ 채널이다. <무한도전>을 연출했던 김태호 PD가 만들고, 무려 유재석, 조세호, 유병재, 유노윤호가 릴레이로 출연함에도 이 방송은 구독자 21만 명, 조회 수는 첫 회 이후 70만을 웃돈다. 물론 이 수치가 낮다고 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건 방송 내용이다. 백종원, 신세경, 정소민, 태연의 영상은 기획부터 철저히 ‘유튜브의 문법’을 따르는 반면 김태호 PD의 유튜브에는 기획이랄 게 없다. 일단 카메라를 친한 연예인들에게 넘긴 후 거기에 찍힌 영상을 편집해 8분 내외 영상을 만든다. 이것은 방송의 문법일까, 유튜브의 문법일까? 유튜브보다는 <무한도전> 방송의 쉬어가는 코너 같다는 인상이 강했던 채널의 영상은 아니나 다를까, MBC에 편성되어 7월 27일부터 방송되고, 그 전주에는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된 영상을 편집해 사전 방송된다. 유튜브는 방송 홍보를 위해 거쳐가는 계단이었던 셈이다. <신서유기> 시즌1이 네이버TV에서 처음 방송된 후 재편집해 tvN에서 방송된 것과 유사한 형태다. 어찌 되었든 우리가 김태호 PD의 유튜브에 기대했던 게 인맥 자랑은 아닐 것이다. 유튜브는 유명인이 이름만으로 생존할 수 있는 정글이 아니다. 사람들은 당신의 채널에서만 볼 수 있는 독보적인, 새로운 뭔가를 원한다. 그것이 20인분 피자를 혼자 먹는 먹방이든, 100인분 감자를 혼자 깎는 대용량 레시피든 말이다.

words kim song hee
illustrator cho ye 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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